백신 접종 중단 목소리 커지는데…정부 “‘트윈데믹’ 대비 위해 접종 꼭 필요”

김상운 기자 , 이소정 기자 입력 2020-10-22 20:35수정 2020-10-30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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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0.10.22/뉴스1 © News1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예방접종 후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백신 접종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백신 접종과 사망의 인과관계 여부를 먼저 밝히고 안정성이 확인되면 그때 다시 접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사망의 원인이 백신일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독감이 동시 유행하는 ‘트윈데믹’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접종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접종 중단을 놓고 전문가 단체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등 논란이 되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2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백신 접종과 사망의 인과관계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며 “현재 시행되고 있는 모든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과 일반 예방접종을 1주일간 유보할 것을 국민과 의료기관에 권고한다”고 밝혔다. 무료접종뿐 아니라 유료접종도 중단할 것을 권고한 것이다. 의협이 독감 백신 접종 유보를 권고한 건 처음이다. 민양기 의협 의무이사는 “우리도 접종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며 “다만 사망 원인을 규명하려면 최소 일주일이 필요하다”고 했다. 고령자 등 독감 고위험군의 백신 접종은 필요하지만 국민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다음달 중순부터 인플루엔자 유행으로 환자가 발생할 수 있어 접종을 마냥 유보하는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접종 중단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은 “백신 상온 노출 때도 무료접종을 중단한 바 있는데 지금은 훨씬 심각한 상황”이라며 “최소한 역학조사와 부검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접종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접종 사망자가 나온 서울 영등포구 보건소는 독감 백신 사용을 보류해달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관할 내 200여개 의료기관에 22일 발송했다.

정부는 백신 접종을 중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현재까지 사망자 보고가 늘기는 했지만 예방접종으로 인한 사망이라는 직접적인 연관성은 낮다는 게 피해조사반의 의견”이라고 했다. 사망자들이 접종한 백신 제품의 로트번호(제품번호)가 제각각이어서 특정 백신이 문제를 일으켰다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사망자와 동일한 의료기관에서 같은 날짜에 해당 백신을 맞은 접종자들을 조사한 결과 중증 이상 반응이 확인되지 않은 것도 이유로 들었다. 정 청장은 “독감 자체로 인한 사망자가 1년에 3000명 가까이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독감으로 어르신이나 고위험군은 폐렴이나 다른 합병증이 생길 수 있고, 기저질환이 악화해 사망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접종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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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백신학회도 정부와 같은 의견이다. 학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코로나19와 독감의 동시 유행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고령자와 소아청소년, 만성질환자을 갖고 있는 면역저하자에 대한 접종은 계속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이유로 의료 전문가들 대부분은 백신 접종을 늦추거나 중단하는 게 위험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트윈데믹이 발생하면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망자 부검 결과가 모두 나오려면 한달 정도 걸릴 가능성이 높다”며 “그때는 독감 유행이 한창일 때라 고위험군이 감염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안전성이 검증될 때까지 접종을 일시 연기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령층보다 위험도가 낮은 13~18세 청소년은 부검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접종을 연기해야 한다”며 “고령자는 계속 접종하되 현재처럼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지 않도록 접종방식을 개선해야한다”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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