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찰청 “보행자 중심 교통문화 조성에 주력”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교통사고 사망자 절반이 보행자
횡단보도 안전사고 방지 위해
계도활동 벌이고 다음달 본격 단속
도심-주택가 제한속도 하향 추진

6일 대구 동구 동구시장 인근 교차로에서 이영상 대구지방경찰청장이 보행자 보호 의무를 준수한 운전자에게 거수경례로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대구지방경찰청 제공
6일 대구 동구 동구시장 인근 교차로에서 이영상 대구지방경찰청장이 보행자 보호 의무를 준수한 운전자에게 거수경례로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대구지방경찰청 제공
지난해 10월 한국교통안전공단 대구경북본부가 실시한 ‘보행자 횡단 안전도 실험’을 통해 대구 지역 운전자들의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났다. 당시 본부는 대구 도심의 신호등이 없는 왕복 4차로 횡단보도 2곳에서 보행자 횡단 시 운전자 정차 여부를 확인하는 실험을 했다. 약 9시간의 실험시간 동안 120차례에 걸쳐 보행자가 길을 건너는 동안 운전자가 차를 멈춘 것은 11번에 불과했다.

운전자들의 이 같은 그릇된 습관으로 인해 보행자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9월 대구에서 발생한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85명 가운데 41명이 보행자로 보행 사망자 비율이 48.2%에 달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보행 사망자 비율(18.6%)의 약 2.6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대구에서는 2016년 51.9%, 2017년 44.9%, 2018년 49.5%에 이어 지난해 42.3%의 높은 보행 사망자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보행자 사망 사고도 운전자가 보행자의 안전을 생각해 잠시 정차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지난달 27일 북구 복현 오거리에서 우회전을 하던 시내버스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A 씨(60)를 치어 숨지게 했다.

문용호 대구지방경찰청 교통안전계장은 “역설적이지만 대구는 도로환경이 굉장히 잘 발달돼 있어 교통문화 자체가 운전자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그렇다 보니 보행자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대구경찰청은 운전자가 보행자를 보호하는 사람 중심의 교통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섰다. 8월 말 부임한 이영상 대구지방경찰청장이 개선 의지를 갖고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청장은 “부임 직전 경찰청 교통국장으로 재직했을 때 대구 지역의 보행 사망자 비율이 높은 것을 보고 문제의식을 가졌다. 부임 후 관사에서 대구경찰청까지 걸어서 출퇴근하며 지켜본 결과 개선 필요성을 피부로 느껴 의지를 갖고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구경찰청은 지난달 초부터 주요 교차로인 수성구 범어 네거리와 만촌 네거리 등에 경력 240여 명을 배치해 계도활동을 하고 있다. 우회전 시 보행자가 길을 건널 때 운전자들이 차량을 멈추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사람이 보이면 일단 멈춤!’이라는 문구를 만들어 현수막과 대형 전광판을 통해 알리고 있다. 이달 말까지 지역 내 신호등이 없는 네거리에서 ‘도로 위 준법 운전자를 찾아서’ 행사를 진행한다. 보행자가 길을 건널 때 정차하는 운전자에게 마스크 등 각종 선물을 제공할 예정이다.

다음 달부터는 본격적인 단속에 나설 계획이다. 운전자는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있을 경우 반드시 정차해야 한다. 교차로 우회전 시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어도 보행자가 있을 경우에는 반드시 정차해야 한다. 위반 시 범칙금 6만 원, 벌점 10점을 부과할 예정이다.

대구경찰청은 규정 속도를 하향하는 안전속도 5030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대구시 도로교통공단 등과 구성한 심의위원회를 통해 지역 내 하향 구간을 결정했다. 동대구로 등 일부 정체 우려 지역을 제외한 도심지역의 제한속도를 시속 50km 이하로, 주택가 등 보행 위주 도로의 제한 속도를 시속 30km 이하로 하향한다. 내년 4월 시행 전까지 속도 하향 구간에 단속 카메라와 표지판 등을 설치할 예정이다.

이 청장은 “운전자들이 ‘횡단보도는 보행자의 공간’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보행자 중심의 교통문화 조성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대구경찰청#보행자 횡단 안전도 실험#안전속도 5030정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