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사건]격리시설 퇴소 5시간 앞두고 땅굴 파 도주한 외국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6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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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입국자 임시생활시설에 2주 가까이 머물던 한 외국인이 퇴소를 약 5시간 앞두고서 ‘땅굴’을 파고 도주했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4일 오후 7시경 서울 중구에 있는 한 격리 시설에서 인도네시아 국적 20대 남성 A 씨가 무단이탈했다”고 6일 밝혔다.

중수본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입국한 A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뒤 해당 시설에 입소했다. 그런데 격리가 종료되는 5일 0시를 약 5시간 앞두고 시설에서 도망쳤다.

경찰과 방역당국은 A 씨가 시설 외부에 임시 설치된 두께 약 10㎝의 가벽 아래 화단 흙을 파고 그 틈새로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수본 관계자는 “A 씨가 판 것으로 보이는 땅굴 인근에 그가 착용했던 실내화와 방 키가 놓여있었다”고 전했다. A 씨는 입국 시 가져왔던 짐을 대부분 남겨둔 채 지갑과 여권 등 일부만 챙겨 달아났다.

동아일보 취재에 따르면 해당 시설 관계자들은 A 씨가 도주한 사실을 다음날인 5일 오전 7시반경 파악했다. A 씨의 퇴소 절차를 밟으려고 그를 찾던 도중에 도주 흔적을 발견했다고 한다. 해당 시설은 주기적으로 입소자의 소재를 파악하는 별도의 절차는 없으며, 도시락 배달이나 증상 확인 전화 등으로 입주 상태를 확인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수본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입소자의 소재 파악 방식을 개선할 계획”이라 말했다.

방역당국은 A 씨가 퇴소를 몇 시간 앞두고 시설을 탈출한 이유가 불법체류가 목적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중수본 관계자는 “A 씨는 교대선원(C-3-11) 비자를 받고 입국해 퇴소 뒤에 부산에서 한 선박에 탑승해 일하기로 예정된 상태였다”며 “배에 탑승하기 싫어서 무단이탈을 감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현재 A 씨의 행방을 쫓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시설 인근에 있는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해 A 씨의 도주 경로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민 기자bli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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