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새로운 방역 흐름’이 등장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거리 두기다.
대표적인 것이 ‘집콕’(집에만 있는 것)이다. 25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외부 활동을 최소화하는 ‘집콕 바람’이 시민들 사이에서 불고 있다.
직장인 박성준씨(가명·37)는 지난 주말인 23일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장인의 집을 아내와 방문했다. 그동안은 장인 집을 찾아도 모두 인근 식당으로 이동해 늘 외식을 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장인 집에서 ‘집밥’을 먹었다고 한다. 아내와 연애할 때까지 포함하면 ‘10년 만’에 장인이 차린 상 앞에 앉았다.
박씨는 “자발적인 거리두기가 어른 세대에서도 확산하고 있구나 싶었다”며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장인어른이 집에서 간소하게 먹자는 제안을 내심 기다렸다”고 말했다.
김민서씨(가명·여·41)도 열흘째 밖을 나서지 않고 있다. 영국에서 거주하는 김씨는 일주일전쯤 귀국해 부모님이 사는 집에 머물고 있다.
김씨는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보건당국의 권고에 따라 자가 격리를 하고 있다. 귀국 후 2주 동안 자가격리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2년 만에 귀국한 것이라 한국에 있는 지인을 보고 싶을 법하지만 김씨는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김씨는 “자가 격리 기간이 지나도 아주 중요한 약속이 아니면 외출하지 않을 것”이라며 “누군가에게 만나자고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지난 주말 서울 한복판에서도 확인됐다. 지난 22일 서울 시내는 토요일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한산한 풍경을 하고 있었다. 주말마다 사람들 발길이 이어졌던 생활편의시설과 카페는 텅 비었다. 주말마다 통로가 꽉 차 옆 사람과 어깨를 부딪혔던 대형서점 안도 빈 공간이 두드러졌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집콕챌린지 #stayhomechallenge 등을 태그한 게시물이 이어지고 있다. 가수 아이유도 “오늘내일 이번 주말 집콕하기 챌린지 하실 분?”이라는 게시물을 자신의 SNS에 올리며 자발적 거리두기 동참을 독려했다.
지난 24일 오후 6시 기준 서울에서 발생한 누적 확진자는 3000명대(3065명)로 진입했다. 3000명대 돌파는 지난 1월24일 첫 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뒤 8개월 만이다. 그러나 지난 16일 2000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후 불과 8일 만이다.
방역당국이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하면 말 그대로 강도가 높아진다. 프로야구와 축구 경기는 중단된다. 10명 이상 모임은 허용되지 않고 ‘재택근무’도 권고된다.
적잖은 기업이 재택근무를 시행하면서 ‘집콕’ 바람을 더 확산시키고 있다. 거리두기 3단계로 올라가도 시민들이 비교적 쉽게 적응할 것이라는 분석이지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3단계로 격상하는 것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거리두기로 기존의 일상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있다.
직장인 정지호씨(가명·39)는 “얼마 전 극장을 갔는데 상영관 안 관람객이 10명도 되지 않았다”며 “연인들도 의자를 두 칸씩 두고 앉아 관람했다. 그 모습을 보니 뭔가 서글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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