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부부 자산관리인 “정경심 부탁으로 하드디스크 교체” 증언

  • 뉴스1
  • 입력 2020년 8월 20일 13시 23분


자녀 입시 · 사모펀드 비리와 감찰 무마 의혹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기일에 출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0.8.14/뉴스1 © News1
자녀 입시 · 사모펀드 비리와 감찰 무마 의혹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기일에 출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0.8.14/뉴스1 © News1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 정 교수와 조국 전 법무부장관 부부의 자산을 관리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 김경록씨가 증인으로 나와 정 교수 지시로 PC 하드디스크들을 은닉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임정엽 권성수 김선희)는 20일 정 교수의 공판기일에 김씨를 증인신문했다. 김씨는 정 교수 서재에 있는 PC 하드디스크를 교체한 것도, 정 교수와 함께 동양대(경북 영주시)를 찾아 정 교수 PC를 들고 나온 것도 정 교수 부탁으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8월28일 정 교수에게 조 전 장관의 청문회 준비단에 줄 자료를 전달하기 위해 정 교수 집에 방문했다고 말했다. 김씨 증언에 따르면 이날 정 교수는 PC 두 대가 있는 서재로 안내한 뒤 “검찰에 배신당했다. 압수수색이 들어올 수 있다. 하드디스크를 빼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정 교수가 검찰 조사에서 ‘압수수색이 나올 것이다. 검찰에 배신당했다’는 말을 안 했다는데, 증인이 그런 말 들은 것은 사실이지 않냐”고 물었다. 이에 김씨는 “네, 저는 그렇게 기억한다”고 답했다.

정 교수는 검찰 조사에서 김씨가 먼저 하드디스크를 빼주겠다고 이야기를 꺼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씨는 “제가 먼저 주도적으로 하자고 말씀드리기는 쉽지 않았을 듯”이라고 부인했다.

검찰은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는 동안 정 교수가 누군가와 통화를 하면서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는 중이라고 말하는 느낌이었다’고 김씨가 검찰 조사 때 말한 내용을 제시하며 통화 상대가 조 전 장관이 아니냐는 취지로 질문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가 정 교수 집에 들어간 뒤부터 30분 동안 정 교수가 통화한 상대가 조 전 장관과 이인걸 변호사, 김태운 동양대 부총장 3명이었다.

검찰은 “이 변호사는 언론 보도를 통해 하드디스크 교체를 처음 알았다고 했다”며 “김 부총장은 가능성이 없어 보여서 (증인 앞에서) 정 교수가 통화한 사람이 조 전 장관으로 보이는데 증인은 몰랐나”고 물었다. 이에 대해 김씨는 “몰랐다”고 답했다.

검찰은 김씨가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던 중 조 전 장관이 집에 와 김씨에게 “와이프를 도와줘서 고맙다”는 취지로 말한 뒤 침실로 간 사실을 언급했다. 조 전 장관이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는 걸 알지 않았냐는 취지의 질문이다.

이에 대해 김씨는 “제가 조 전 장관을 만난 여러번 동안 와이프 도와줘서 고맙다는 말을 여러번 들었다”며 “다른 날에도 제가 집 안에 있어도 뭐 하는지 관심도 안 가진다”고 했다.

검찰은 김씨가 검찰 조사에서 ‘조 전 장관이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는 걸 모를 수 있냐’고 물어본 것에 대해 “일부러 서재에 안 들어온 것 같다. 서재에서 뭐 하는지 궁금해서 들어왔을텐데 안 들어온 게 이상하다. 솔직히 한집에 있었는데 모를 수가 있을까요‘라고 답한 부분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뉘앙스에 차이가 있을 듯 하다“며 ”계속 물어보니까 ’모를 수가 있을까요?‘라고 질문을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씨는 정 교수와 동양대에 가게 된 것도 정 교수가 먼저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운전을 해 동양대로 내려가던 중 정 교수가 조 전 장관과 통화를 했다고 부연했다. 김씨는 ”정 교수가 조 전 장관에게 ’김씨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동양대로 내려가고 있다. 하루 자고 부산에 갈 거다‘라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조사에서 김씨가 ’자기와 함께 밤에 동양대에 내려가는 이유를 안 묻는 거는 이유를 알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조 전 장관이 이유를 이미 아는 것 같았고 누구랑 어떻게 내려가는지만 추가로 궁금해 하는 것 같다‘고 한 부분을 제시했다.

이에 김씨는 ”이것도 계속 물어보시니까 대답한 것“이라고 했다.

반면 정 교수는 검찰 조사에서 김씨가 먼저 동양대 컴퓨터를 통채로 들고가겠다고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정 교수 주장을 제시했는데, 김씨는 ”하드를 분리할지 통째로 들고 갈지는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반대신문에서 하드디스크 교체 당시 정 교수와 통화를 한 인물에 대해 ”정 교수가 상대방에게 존댓말을 썼는지 기억나냐“고 물었다. 이에 김씨는 ”존칭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변호인은 ”정 교수는 평소 조 전 장관과 대화할 때 존칭을 쓴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다시 물었다. 김씨는 ”조국 교수가 나이가 많아 정 교수가 존대를 하는구나 생각했다“고 답했다.

김씨는 지난해 8월30일 정 교수 집에서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면서 조 전 장관과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김씨는 ”검찰이 압수수색을 해 조 전 장관에게 ’많이 섭섭하지 않냐‘고 하니, ’그 사람은 자기 일을 하는 거다‘라고 해 제가 속으로 답답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 정 교수와 함께 동양대로 간 사실에 대해 ”동양대에 가서 한 자료를 확보하려는 것 같았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이 ”추가로 기억나는 게 있냐“고 물었다.

김씨는 ”(검찰이) 정확하게 무슨 자료가 있는지를 진술하게끔 했는데 사실 아는 게 없었다“며 ”(정 교수의 검찰 조사 당시 변호인이었던) 이인걸 변호사가 ’유리한 자료를 챙기러 갔다고 진술하라‘고 한 게 (제 검찰 진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이어 저는 그게 유리한지 불리한지 크게 관심이 없었다”며 “제가 판단할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자신의 하드디스크를 검찰에 임의제출을 한 경위를 설명하며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당사자 중 한명인 한동훈 검사장을 언급했다.

김씨는 “9월6일 교수님이 기소되고, 7일날 저의 PC에서 엄청난 게 발견됐다는 기사가 나갔다”며 “오래 알고 지내던 KBS 기자가 ’한동훈이 너를 이미 주의깊게 보고 있다. 조국은 이미 나쁜 놈이다‘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니까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증거가 나와 당연히 제출해야 하기도 하고 협조하기도 해야 해서 그래서 제출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또 “검찰이 면담 과정에서 ’좋은 관계를 유지해서 끝까지 가면 우리는 버리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참고인 조사를 처음 받으러 간 날 부부장 검사가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며 긴급체포 운운해 휴대전화를 임의제출하게 됐다고 했다.

검찰 측은 재주(再主)신문에서 “정 교수 아들 과제가 왜 엄마의 교수연구실 컴퓨터에 있는 것이 이상하지 않냐”고 물었다. 김씨는 “생각해본 적 없다”고 답했다.

김씨는 지난 6월 정 교수 지시로 정 교수의 연구실과 서울 방배동 자택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해 증거를 은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정 교수는 김씨에게 증거은닉을 교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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