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로 변해버린 마을…“올해 농사는 물건너가” 원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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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8월 6일 16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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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침수 피해를 입은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율곡리 모습. 2020.08.06. © 뉴스1
6일 오전 침수 피해를 입은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율곡리 모습. 2020.08.06. © 뉴스1
“비가 하루이틀도 아니고 계속 와서 올해 농사는 물건너갔다고 봐야죠. 일주일은 비가 더 온다는데 나무들이 숨을 못 쉬니까 다 죽어날거예요.”

6일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에서 7000평 규모의 과수원을 운영하는 명인복(58)씨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전날 밤 내린 비로 명씨의 사과나무밭이 있는 임진강 통일대교 부근에서 공사 중이던 둑이 무너져내렸다. 둑이 무너지자 수위가 상승한 인근 통일천의 물이 밭으로 들어찼다. 1000평 규모의 밭이 온통 물에 잠겨 저수지처럼 변했다.

지난 1일부터 누적되기 시작한 파주 지역 강수량은 6일 오후까지 301.5㎜(파주 광탄면)를 넘었다. 5일부터 이날까지 하루동안에는 108.5㎜의 비가 내렸다.

명씨에 따르면 매 여름 집중호우가 내릴 때마다 밭이 물에 잠긴 적은 더러 있었다. 그러나 비가 며칠 반짝 내리고 말아 금방 물이 빠졌다.

그러나 올해는 비가 쉬지 않고 내리면서 나무 뿌리가 며칠째 물에 잠겼다. 진흙처럼 질퍽해진 땅 속에서 나무들은 숨을 못 쉬고 고사할 위기에 처했다. 현재 군내면에만 60㏊(헥타르)의 농경지가 침수됐다.

임진강을 사이에 두고 군내면과 마주 보고 있는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율곡리도 마을로 들어서는 도로가 온통 흙탕물에 잠겨 저수지처럼 변해있었다.

김원기 파평면사무소 복지팀장은 “저지대에 마을이 있어서 배수문을 열고 싶어도 임진강 수위가 높아 역류할까봐 못 연다”며 “배수문을 닫아 놓아 빗물이 도로부터 찬 것”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율곡리는 전날(5일) 오후 3시부터 침수가 우려돼 대피명령이 떨어졌다.

율곡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의 가게 역시 입구 앞까지 강물이 들어찼다. A씨는 대피명령이 떨어진 직후인 전날 오후 4시무렵 간단한 옷가지만 싸 들고 근처 마을에 대피해있다.

A씨는 “일단 필요한 대로 인근 마을에 차를 주차해놓고 대피해있는 상황”이라며 “마을로 들어가는 찻길이 막혀 들어갈 수가 없어서 지금 가게 안 상황이 어떤지는 나도 모르겠다”며 허탈하게 웃었다.

저수지처럼 변해버린 마을 초입 도로에는 이날 오전 6시쯤 물에 잠겨버린 시내버스 한 대가 머리만 겨우 내밀고 서 있었다. 다행히 도로나 농경지 외에 주거지가 침수되는 피해는 없었다.

율곡리 인근 파평중학교에는 현재 20여 명의 파평면 주민들이 마을이 아예 고립되는 상황을 피해 대피해 있다. 현재 마을로 진입하는 도로가 모두 통제돼 주민들은 산길을 따라 면에서 제공한 차를 타고 몸을 옮겼다.

쏟아지는 장맛비와 북한지역의 방류로 전날 주의단계인 12m를 뛰어넘으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임진강 필승교 수위는 이날 오전부터 비가 멈추면서 오전 11시40분 기준 10.10m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7일부터 다시 비가 올 것으로 예보돼 있어 임진강 인근 저지대 마을 주민들은 북한의 추가 방류를 주시하고 있다.

(파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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