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 같은 사회, 저출산 불러와”…한국의 저출산 해결책은?

이미지기자 입력 2020-08-05 18:16수정 2020-08-05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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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원대연 기자
“저출산은 단순히 인구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모두가 겪는 고통의 결과물이라 생각합니다.”

5일 열린 ‘저출산의 인문학적 통찰’ 종합토론회에 참석한 박경숙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저출산을 단순히 인구가 줄어드는 측면에서만 바라볼 게 아니라 사회 여러 문제가 종합돼 나타나는 결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 호텔에서 열린 종합토론회는 보건복지부가 주최하고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주관했다. 저출산의 인문학적 통찰을 위한 4차례 토론회의 마지막 자리였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박 교수, 김기봉 경기대 사학과 교수, 이선미 서울여대 기초교육원 교수,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김미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 남재량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최윤경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이 참석했다.

● ‘설국열차’ 같은 사회가 저출산 불러와

이번 토론회는 기존에 정책적, 통계학적으로만 접근해오던 저출산을 인문학적으로 고찰해 그 근본원인을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지난 4차례 토론회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역사적 배경과 성·지역·계층간 불균형이 저출산에 미친 영향 등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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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열린 종합토론회에서 박 장관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청년의 불안은 가중되고 새로운 사회로의 전진은 가속화하고 있다”며 “더 늦지 않게 저출산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근본적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한국사회의 성장·발전주의, 가부장적인 가족주의가 저출산의 근본적 원인이라는 데 공감했다. 박 교수는 지난 발표 내용을 종합하며 “신자유주의 경쟁체제에서 계층화가 심화됐고, 생존의 욕구는 더 치열해졌다. 그 와중에 가족주의도 더욱 팽배해지면서 가족과 재생산을 부담스럽게 여기는 상황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성장과 발전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와 혈통·남성을 중요히 여기는 가족주의 가치가 부딪히면서 남녀 모두에게 출산과 결혼이 부담스러운 과제가 됐다는 것이다.

저출산의 해결을 위해서는 이같은 우리 사회의 가치 패러다임을 바꾸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이 교수는 “기존의 세대·성별·도농간 불균형에 대응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배움·노동·돌봄·여가가 균형을 이룰 수 있게 삶의 공간을 개선하고 소득을 안정시키며 관계를 촉진하는 제도들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연구위원도 “본인의 삶이 만족스럽고 본인이 사는 공간이 개선되면 사람은 자연스레 돌봄에 눈을 돌리게 된다”며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을 제안했다. 그는 “지금의 우리 사회는 설국열차처럼 계층이 나뉘어있다”며 “지방균형발전 정책과 신혼부부 등에 대한 맞춤형 거주지원 정책으로 삶과 공간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 디지털·그린뉴딜에 맞춘 인구정책 필요

지금까지의 저출산 극복 노력이 충분치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 연구위원은 “저출산에 많은 돈을 투입하고 왜 성과가 없냐는 비판이 많은데 정말 충분한 예산과 노력이 투입됐는지 의문”이라며 “영유아 교육·보육 뿐 아니라 일·생활 균형, 삶의 질 개선을 포함한 보다 포괄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김중백 교수도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1년 앞당기거나 육아휴직이 어려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종사자를 지원하는 등 추가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남 연구위원은 저출산 뿐 아니라 고령화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일본이 초고령사회 진입하는 데 12년 걸렸는데 우린 7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며 “빠른 고령화와 저출산이 엉키면서 어떤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지 아무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김기봉 교수는 “초저출산은 장기적 안목에서 문명의 대전환기에 일어나는 과도기라고 볼 수 있다”며 저출산에 적응하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면 농촌 인구감소, 고령인구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하는 길이 열릴 수 있다”며 “국가 프로젝트로 제시된 디지털·그린뉴딜에 맞춘 인구정책 과제 개발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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