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계명대-산하 기관 간부간 인사 청탁 적발…징계위서 해임처분 예정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3일 20시 42분


학교법인 계명대학교와 산하 기관에 근무하는 간부 직원 사이에서 정규직 채용과 관련한 인사 청탁이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 법인 측은 징계위원회를 열어 이들 간부 직원을 해임 처분할 예정이다. 내부 결정권자의 최종 승인만 남겨 두고 있다.

2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은 올 1월 임상병리사와 방사선사 등을 채용하면서 일반 행정직 직원을 추가로 선발하는 공개 경쟁채용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계명대 소속 A 씨는 대구동산병원의 채용 업무를 맡고 있는 B 씨에게 인사 청탁을 했다. A 씨는 대학시절부터 알고 지낸 선배로부터 “아들의 취업을 도와 달라”는 부탁을 받고, B 씨에게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인 측이 조사한 결과, B 씨는 실제로 해당 지원자의 합격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인과 병원 측은 합격자 발표 전에 이 같은 정황을 미리 파악하고 이 지원자를 채용하지 않았다.

A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악의는 없었지만 잘못한 부분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학교 측의 징계 통보를 기다리고 있다”며 “억울한 부분이 있지만 모든 징계 절차가 마무리된 후에 목소리를 내고 싶다”고 말을 아꼈다.

계명대는 최근 총장이 연임되면서 미래 혁신과 재도약을 선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사 청탁이 불거지자 대학과 병원은 혼란에 휩싸였다. 병원 관계자는 “청년 취업 문제가 시대의 화두가 되고 있는 마당에 하필 우리 병원에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조사 과정에서 인사 청탁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다. 법인 소속 간부가 지인에게 부탁을 받고 채용에 개입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대학 관계자는 “당사자가 채용 기준에 미달된다고 스스로 판단해서인지 지원을 하지 않았다”며 “해당 간부는 추가 조사를 받지 않고 징계를 피했다”고 설명했다.

학교법인 계명대학교 산하에는 계명대와 계명문화대 동산의료원 등 3개 기관이 있다. 동산의료원은 달서구 계명대 동산병원과 대구동산병원, 경주동산병원 등 3곳을 운영하고 있다. 산하기관에 종사하는 근로자 수는 상당하다. 이 때문에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은 인사 청탁 비리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구지방경찰청 관계자는 “해당 내용을 검토해 위법 여부 등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정식 수사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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