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전문’ 변호사 “죽음이 책임을 압도하는 게 옳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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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7월 10일 14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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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자들을 변호해온 이은의 이은의법률사무소 변호사(46)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숨진 채 발견된 것과 관련해 “(성추행 의혹으로) 고소됐다는 사건과 관련이 있는지는 확인된 바가 없다”면서도 “애도보다 가볍지 않은 무게로, 피해자에게 위로를 전한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박원순 시장의 마지막 선택은 안타깝다. 하지만 이런 선택이 현재 고소된 사건과 관련이 있다면, 우려와 유감이 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변호사는 “잘못이 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또한 문제제기 된 사안의 실체적 진실이나 그에 따른 유무죄 여부를 떠나, 문제된 상황에 대해 조사를 받고 판단을 받는 ‘과정’도 서울시장으로서나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서울시 제공) 2020.7.10/뉴스1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서울시 제공) 2020.7.10/뉴스1
서울시 직원 A 씨는 8일 서울지방경찰청에 성추행 등 혐의로 박 시장을 고소했지만, 박 시장이 사망했기 때문에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된다.

이 변호사는 “박원순 시장의 마지막 선택이 고소된 사건과 관련이 있다면, 그 선택은 박원순 시장이 졌어야 할 책임의 무게를 피해자의 어깨에 내려놓는 형국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람이 죽었는데 애도가 먼저 아니냐고 할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죽음이 사안의 본질이나 책임을 압도하는 것은 옳은지, 묻고 싶다”며 “그래서 박원순 시장의 죽음을 애도한다”고 썼다.

아울러 “아무에게도 사과 받지 못했고 사과 받지 못하게 된, 피해에 대한 판단을 구할 수조차 없게 된, 피해자는 걱정된다”며 “그래서 애도보다 가볍지 않은 무게로, 피해자에게 위로를 전한다”고 적었다.

10일 새벽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신이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운구되고 있다. 박 시장은 가족의 실종신고 후 7시간 여에 걸친 수색 끝에 삼청각 인근 산 속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2020.7.10/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10일 새벽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신이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운구되고 있다. 박 시장은 가족의 실종신고 후 7시간 여에 걸친 수색 끝에 삼청각 인근 산 속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2020.7.10/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경찰 등에 따르면 A 씨는 8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박 시장을 성추행 및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박 시장 측에 피소된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유족 대리인 측은 “고인에 대해 일방의 주장에 불과하거나 근거 없는 내용을 유포하는 일을 삼가해주시길 바란다”며 “사실과 무관하게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가 거듭될 경우 법적으로 엄중히 대처할 것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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