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논쟁 불지피는 김종인 비대위원장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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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은 4·15총선 패배 후 지도부를 교체했습니다. 황교안 전 대표가 사퇴한 자리에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사진)을 세웠습니다. 김 위원장은 18대 대선 때 박근혜 캠프를 도왔고, 2016년에는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총선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제1당이 되는 데 기여했습니다. 진보당과 보수당을 오가며 일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기본소득제, 전일보육제 등의 의제를 화두로 던지며 정치권의 논쟁을 촉발시켰습니다. 기본소득제와 전일보육제는 진보 정당에 어울릴 법한 정책들입니다. 의제를 선점당한 민주당은 허를 찔린 듯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통합당으로서는 기득권 보수 정당의 이미지를 쇄신하려는 움직임으로 비칠 수 있을 겁니다.

최근에는 차기 대선 후보를 암시하는 듯한 발언으로 정치권을 술렁이게 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19일 비례대표 초선 의원들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은 차기 대선 후보에 관한 질문에 “백종원 씨 같은 분 어때요”라고 말했습니다.

백 씨는 여러 방송에 출연하며 남녀노소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요리사이자 사업가입니다. 통합당 장제원 의원은 다음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우리 당이 제공한 자리를 가지고 당의 대선 후보까지 좌지우지하려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만약 저희가 드린 직책을 가지고 자신의 마케팅을 하려 했다면 더더욱 안 될 일”이라고 견제구를 던졌습니다.

장 의원은 “세간에서는 통합당 후보를 놓고 ‘백종원보다 임영웅이지’ ‘아니야 영탁이야’ ‘우리 임영웅이 왜 통합당을 가냐’라는 조롱 섞인 농담이 돌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인기 트로트 가수들까지 동원됐으니 대선 후보를 둘러싼 정치권 논쟁이 코미디와 다름없어 보입니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김 위원장은 그나마 잠룡들을 짓뭉개며 40대 경제전문가를 운운하다가 아직 이 당에는 없다는 뉘앙스로 ‘차라리 백종원’을 들먹였다”며 논란에 가세했습니다. 그는 나아가 “차기 대선 후보는 백종원, 임영웅도 아닌 김종인이라고 본다. 김종인도 김종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논란에 끼어들었습니다. 진 전 교수는 페이스북에 “자기들이 백종원이나 임영웅보다 낫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 아냐?”라고 반문한 뒤 “어이가 없네”라고 조롱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1일 언론 인터뷰에서 “밖에서 꿈틀거리는 사람도 있는 걸로 안다”고 말해 야권 차기 대선 후보 논란을 더욱 증폭시켰습니다. 이 발언 이후 당 안팎은 크게 술렁거렸습니다. 김 위원장이 유력 주자를 낙점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에는 김동연 전 부총리, 윤석열 검찰총장 등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소위 ‘꿈틀이’를 둘러싼 궁금증이 커지는 가운데 김 위원장은 한 언론 간담회에서 “현직 공직자는 아니다, 호남 출신은 아니다”는 등의 수수께끼 같은 말을 꺼냈습니다. 기본소득제와 전일보육제 같은 정책 논쟁이 난데없이 대선 후보 논란으로 바뀌면서 유권자들은 마치 스무고개를 하는 듯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
#미래통합당#김종인#비상대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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