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귀를 기울였다”…美출신 선수가 말하는 ‘K방역’ 성공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7일 15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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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 러츠.(GS칼텍스 제공) © 뉴스1
GS칼텍스 러츠.(GS칼텍스 제공) © 뉴스1
“그들은 귀를 기울였습니다. 정부의, 과학자의, 서로의 말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프로배구 여자부 GS칼텍스의 외국인 선수 메레타 러츠(26·미국)가 7일 온라인 매체 ‘더 플레이어스 트리뷴’에 남긴 기고문의 일부다. ‘내가 한국에서 본 것(What I Saw in South Korea)’이라는 제목의 이 글은 러츠가 지난 2019~2020시즌 V리그에서 뛰면서 본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대책에 대한 생각이 담겼다. 메이저리그(MLB)의 전설적인 스타 플레이어인 데릭 지터(현 마이애미 구단주)가 운영하는 이 매체는 스포츠 스타들의 기고문을 게재한다.

코로나19 확산세가 한창이던 올해 3월까지 국내에 머물렀던 러츠는 “한국에서 바이러스가 유행하기 시작했을 때 정부와 시민들의 반응이 매우 뛰어났다. 발병 초기 사람들은 즉시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했다. 도시 곳곳에 손을 씻고 마스크를 쓰라는 포스터가 붙었다”고 국내 상황을 소개했다.

한국 특유의 ‘경청’ 문화도 강조했다. 러츠는 “내가 가본 어느 곳보다 한국은 노인을 존경한다. 연장자에 대한 존경심은 권위에 대한 존경심으로 확장된다. 그 결과 과학자, 역학자들의 경고에 사람들이 귀를 기울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3월 미국 휴스턴으로 돌아갈 당시 비행기에서 좌석, 팔걸이를 물 티슈로 닦자 옆 자리의 남자가 ‘말도 안 된다’고 소리치던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미국 내 경각심 부족을 지적하기도 했다. 러츠는 “코로나19에 관해 한국으로부터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 모두 힘을 합쳐야 이겨낼 수 있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러츠의 글이 더욱 주목받는 건 그의 이력 때문이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러츠는 질병 역학 논문으로 같은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땄다. 은퇴 후에는 세계보건기구(WHO) 등에서 일하는 것이 꿈이다. 지난시즌 득점(678점), 공격종합(성공률 41.39%) 2위를 차지하며 팀의 정규리그 2위를 이끈 러츠는 이번 시즌에도 GS칼텍스의 유니폼을 입는다. 이달 말 입국 예정이다.

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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