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통화로 심폐소생술… ‘심정지 아빠’ 살린 초등생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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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얼굴이 창백” 한밤 119 신고… 경남소방, 영상으로 응급처치 지도
6분30초 가슴압박뒤 호흡 재개… 당국 “영상안내 이용 크게 늘어”

소방대원이 환자의 초등학생 아들과 휴대전화로 영상통화를 하면서 심정지 위기인 아버지(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아버지는 아들과 부인의 심폐소생으로 회복됐다. 경남소방본부 제공
소방대원이 환자의 초등학생 아들과 휴대전화로 영상통화를 하면서 심정지 위기인 아버지(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아버지는 아들과 부인의 심폐소생으로 회복됐다. 경남소방본부 제공
초등학생이 119소방대원과 영상통화를 하면서 심폐소생술을 실시해 심정지 상태의 40대 아버지가 정상으로 회복됐다.

6일 오전 1시 12분경 경남소방본부 119상황실로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주무시는 아버지의 안색이 창백하다’는 김해시에 사는 초등학생 아들의 전화였다. 상황실 근무자는 초등학생의 설명을 듣고 환자가 심정지 상태라고 판단했다. 심정지 환자에게는 4분이라는 골든타임이 중요하다. 심정지 발생 1분 이내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 살아날 확률이 90% 이상이지만 4분을 넘기면 이 확률은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소방 당국은 구급차를 출동시키며 구급상황관리센터를 통해 초등학생 아들과 휴대전화로 영상통화를 했다. 강수용 소방위는 화면에 비치는 환자의 상태를 보고 의식과 호흡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아들에게 가슴 압박 방법을 지도했다. 당시 집에는 아들과 환자의 부인이 있었다. 이들은 영상통화를 하면서 30회(1사이클)씩 가슴 압박을 번갈아 했다. 환자는 가슴 압박 도중 숨을 쉬기도 했으나 이내 숨을 멈췄고 이런 상황은 반복됐다. 이들은 6분 30초간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다행히 구급대가 도착해 환자는 의식을 회복했고 호흡도 정상적으로 했다. 현재 이 환자는 호전돼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

환자의 부인은 “영상을 보고 상태를 살핀 뒤 정확하게 처치 방법을 알려줘 안심이 됐다. 이해하기 쉽게 알려줘 초등학생 아들도 따라 할 수 있었다”며 구급상황관리센터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경남구급상황관리센터는 지난달 목에 이물질이 걸린 한 주민에게 영상통화로 목 막힘 사고 응급처치법인 ‘하임리히법’을 알려줘 위급한 상황을 잘 넘기기도 했다. 경남소방본부 관계자는 “지난해와 비교할 때 영상응급처치 안내가 5배 이상 많아졌다. 구급대를 기다릴 수 없는 매우 다급한 상황이라면 재빠르게 119상황실에 연락해 위급한 상황을 잘 넘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소방대원#영상통화#초등학생#아버지#심폐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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