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집어먹는 상차림 그만… 1인분씩 따로 담아 쟁반에 내주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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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일상을 바꾸자]<1> 음식 공유에서 각자 먹기로

서울의 한 백반집 상차림 모습(위 사진). 이처럼 일부 식당에는 아직도 국자 없이 찌개를 내오는 곳이 있다. 특히 반찬을 한 그릇에 담아 제공하는 건 대부분의 식당에서 볼 수 있다. 수저가 빽빽하게 들어있는 수저통(아래 사진)도 꺼낼 때 여러 사람이 만지다 보니 위생에 취약하다. 자칫 손에 묻은 비말이 수저에 묻을 수도 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서울의 한 백반집 상차림 모습(위 사진). 이처럼 일부 식당에는 아직도 국자 없이 찌개를 내오는 곳이 있다. 특히 반찬을 한 그릇에 담아 제공하는 건 대부분의 식당에서 볼 수 있다. 수저가 빽빽하게 들어있는 수저통(아래 사진)도 꺼낼 때 여러 사람이 만지다 보니 위생에 취약하다. 자칫 손에 묻은 비말이 수저에 묻을 수도 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4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백반집. 김치찌개 2인분을 주문했다. 잠시 후 공기밥 2개와 반찬 네 가지, 찌개가 한꺼번에 나왔다. 찌개는 스테인리스 그릇 하나에 담겨 있었다. 덜어 먹을 수 있는 국자와 개인 그릇은 없었다. 옆 테이블에선 손님 2명이 이미 찌개 하나에 각자 숟가락을 번갈아 넣으며 국물을 먹고 있었다. 두 사람의 젓가락은 김치와 나물 등 다른 반찬그릇에도 바쁘게 오갔다. 이곳뿐 아니라 다른 식당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같은 그릇 반찬까지 나눠 먹는 전형적인 한국의 식사문화다.

찌개까지 같이 먹는 경우는 많이 줄었지만 반찬을 같이 먹는 건 한식은 물론이고 중식·일식당에서도 흔하다. 저렴한 분식집, 비싼 한정식 사정도 비슷하다. 많은 사람이 찜찜하다고 여기면서도 어쩔 수 없이 지나친 문화다. 하지만 생활 속 거리 두기(생활방역) 속에선 이런 문화를 먼저 바꿔야 한다. 지금보다 일상의 위생 수준을 한층 높여야 감염병 위험을 막을 수 있다.

○ ‘반찬 공용’, 이제는 그만

6일 생활방역 전환을 앞두고 동아일보 취재팀은 4, 5일 이틀에 걸쳐 서울의 여러 형태의 식당을 둘러봤다. 방역당국은 생활방역 실천을 위한 세부 지침으로 음식을 각자 덜어 먹도록 식당에서 개인 접시와 국자, 집게를 제공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의 한 분식집. 커다란 냄비에 담겨 나온 즉석떡볶이를 개인 그릇에 떠먹는 손님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자신이 쓰던 수저를 떡볶이 국물에 담갔다. 대학생 이모 씨(27)는 “평소엔 별 생각 없이 먹었는데 요즘은 아무래도 상황이 그렇다 보니 좀 불안하다”고 말했다. 성북구의 또 다른 식당도 상황은 마찬가지. 밥을 볶아 내오자 여러 사람이 따로 덜지 않고 각자 숟가락질을 시작했다.

서대문구의 한 국밥집은 식탁마다 공용 양념통을 뒀다. 한 여성은 테이블 위에 있는 소금을 개인 숟가락으로 덜어 국밥에 넣었다. 인근 김치찌개 전문점은 식탁 위에 김가루통을 뒀다. 공용 집게가 있었지만 자신의 수저를 쓰는 이도 많았다. 대학생 이모 씨(22)는 “외국처럼 양념이나 소스를 개인 접시에 따로 내오면 좀 더 위생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 씨(34)는 “한국 음식은 함께 나눠먹는 메뉴가 너무 많다”며 “위생 관리를 100%로 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 ‘거리 두기’, 아직은 갈 길 멀어

손님이 다녀간 식탁을 젖은 행주로만 닦는 식당도 있었다. 5일 종로구의 한 식당에선 식사가 끝난 테이블을 행주로 쓰윽 닦아냈다. 바로 직전 다른 테이블을 닦던 행주를 물에 헹구지 않은 채 그대로 썼다. 수저받침이 따로 없다 보니 냅킨 위에 수저를 올려 놓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냅킨의 먼지나 화학물질이 수저에 묻을 수 있어 이마저 깨끗하지는 않다. 관악구의 한 분식집은 수저통에 뚜껑이 없어 수저가 고스란히 노출돼 있었다. 식사하는 사람들의 미세한 비말(침방울)이 수저로 튈 수 있는 상황. 실제로 일부 수저에는 떡볶이 국물로 보이는 얼룩이 보였다.

방역당국의 생활방역 세부 지침에 따르면 이용자는 △머무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테이블 간격을 최소 1m 이상 유지하며 △가능한 한 서로 마주 보지 않고 한 방향을 바라보도록 앉고 △식사 시 대화를 자제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 거리가 있었다.

4일 오후 고깃집 10여 곳이 모여 있는 마포구의 한 골목은 어린이날을 앞두고 손님들로 붐볐다. 테이블 사이 간격은 종업원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정도. 지름 1m 내외의 원형 테이블에 손님 3, 4명이 둘러앉았다. 공용 고기집게가 있었지만 자신의 젓가락으로 고기를 뒤집는 사람도 있었다. 테이블 옆에 놓인 휴지통은 뚜껑이 없어 손님이 코나 입을 닦은 휴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식당에서 가급적 대화를 자제하는 게 좋지만 술에 취한 손님들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취재팀이 만난 손님들은 위생상의 문제를 거의 느끼지 못한다는 반응이었다. 대학생 박모 씨(23)는 “어차피 함께 식사하면 보이지 않는 침방울이 전해지는 건 막을 수 없다. 이 정도를 불결하다고 생각하면 식당을 이용하기 힘들다”고 했다.

○ ‘상차림’도 위생 중심으로

전문가들은 식사 중 바이러스나 세균 전파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끓는 음식인 경우 안심할 수 있지만 차가운 반찬을 함께 먹을 때 수저가 오가는 과정에서 확진자의 비말이 전파될 수 있다. 특히 반찬을 같이 먹다 보면 상대방과의 거리가 가까워져 직접적인 비말 전파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음식물 자체로 코로나19의 전파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음식을 가운데 놓고 사람들이 둘러앉으면 서로 침방울을 튀기기 쉽다”며 “개인별로 음식이 나오면 거리를 두고 앉기에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공용 음식을 개인 식기에 덜어 먹거나 식당에서 개인별로 반찬을 따로 내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본인이 입을 댄 젓가락으로 반찬을 이것저것 집어먹으면 교차 오염 가능성이 있다”며 “식당 좌석마다 손세정제를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음식을 내놓는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엄 교수는 “쟁반 안에 한 사람이 먹을 밥과 국, 반찬을 따로 내주는 식당들이 있는데 이런 상차림이 대중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위은지 wizi@donga.com·신지환·사지원 기자
#코로나19#생활방역#포스트 코로나#거리 두기#상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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