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그랜드호텔 노조 “회사 밀실 매각에 법적대응”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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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매각 통해 직원 고용 승계돼야”
경영진 배임혐의로 검찰 고발도 검토… 사측 “재정상태 열악해 운영 어려워”

관광 명소인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23년간 운영해온 해운대그랜드호텔이 문을 닫았다. 지난해 12월 폐업한 뒤 최근 한 부동산종합개발사에 2400억 원가량에 팔렸는데 노조는 불법 매각이라며 법적 투쟁에 나섰다.

해운대그랜드호텔 노조는 18일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폐업 과정에서 매각 계획이 없다던 사측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위장 폐업과 밀실 매각을 강력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이미 대형 부동산개발사와 매각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사측은 부인했다. 노조는 “양측은 비밀 계약을 체결해놓고 300여 직원과 노동조합을 털어내기 위한 ‘위장 폐업 쇼’를 벌였다. 적자 누적과 경영 상황 악화를 핑계로 댔지만 부동산 시세 차익이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19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내부 문서를 보면 이 호텔의 영업이익은 2015년 7억4000만 원, 2016년 20억 원, 2017년 3억9000만 원, 2018년 1억1000만 원으로 흑자가 지속됐다. 그런데 사측은 지난해 8월 “경쟁업체의 난립, 관광객 감소, 경기 불황, 대내외적 악재 등으로 사업 유지가 어려워 12월 폐업한다”고 직원들에게 통보했다. 김옥경 해운대그랜드호텔 노조위원장은 “지난해 10월부터 2개월간 예약된 객실, 연회, 웨딩을 통한 예상 수입이 총 16억4000만 원이었는데 이마저 포기하면서 폐업을 서둘렀다. 결국 이익을 챙기기 위한 매각이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1996년 설립한 그랜드호텔은 향토기업이 운영하다 2007년 퍼시픽인터내셔널해운이 약 1000억 원에 인수했다.

노조는 경영진이 고의로 손실을 끼쳤다며 배임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일부는 출근하지 않고 매달 수억 원의 급여를 챙긴 자료가 있다며 횡령 혐의도 추가할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회사 매각 등 주요 사안에 대해 노조와 협의를 거쳐야 하는데 지키지 않았다. 공개 매각을 통해 호텔 운영이 유지되고 고용이 승계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매입사인 MDM 측은 아직 명확한 개발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노조는 “호텔 위치가 탁월해 막대한 이익을 노리고 다른 형태의 개발을 추진할 우려도 크다. 부동산 투기 대상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부산시와 해운대구 등 관계 기관이 용도 변경을 포함한 어떠한 특혜를 줘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사측은 회사 재정 상태가 열악해 더 이상 운영이 어렵다고 밝혔다. 해운대그랜드호텔 관계자는 “전체 누적 결손금이 547억 원에 이른다. 호텔 업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리노베이션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가 더는 어렵기에 임직원에 대한 퇴직금·위로금을 지급한 뒤 폐업과 매각을 정상적으로 진행했다”고 반박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해운대그랜드호텔#불법 매각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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