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찰 간부 “검찰 기소·수사 분리해야” 법정서 작심발언

  • 뉴시스
  • 입력 2020년 3월 12일 13시 58분


김병찬 총경, 본인 재판서 언급
"수사 검사 선입견 그대로 반영"
검찰, 징역 3년 구형…내달 선고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 기밀 유출 및 위증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경찰 간부가 자신의 항소심 법정에서 검찰 수사 관행을 비판하며 검찰 내 수사와 기소 주체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병찬 총경은 12일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구회근) 심리로 열린 자신의 공무상기밀누설 등 혐의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김 총경은 최후진술 발언을 하며 “저는 고소·고발건이 아니고 ‘저인망식’으로 인지돼 수사·기소됐다”며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경향이 있고, 색안경을 끼고 보기 마련이다. 특히 검찰의 직접 인지 수사는 그럴 우려가 더 크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검찰 수사를 받으며 깨달은 것은 검찰은 한번 방향을 결정한 수사는 남의 얘기를 잘 안 듣는다는 것”이라며 “검찰은 저와 권은희 의원의 주장이 상이한데도 대질신문도 안 하고, 권 의원 말만 들은 뒤 공소장을 작성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제 말은 모두 정교하게 짜 맞춘 거짓말이라며 안 믿었고, 애초 설계대로 기소하고 언론에 발표했다”며 “수사 이후 걸러주는 기능이 없어 아쉽다”고 언급했다.

김 총경은 “수사 검사의 선입견은 고스란히 기소 여부 판단에 반영된다”면서 “검찰의 인지 수사가 불기소되는 것을 거의 못 봤다. 인지 수사할 때 별도로 분리된 팀에서 기소 여부 판단하는 제도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검찰 내 수사·기소 주체를 분리하는 방안은 최근 검찰 내 주요 화두다. 앞서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검찰 내 수사와 기소 판단 주체를 달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이를 두고 검찰 내에서 비판적 견해가 속출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비공개 간담회에서 “수사와 소추(기소)는 결국 한 덩어리가 될 수밖에 없다”고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고, 현직 검사들도 검찰 내부망에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김 총경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김 총경은 “조직 내 비난과 따가운 시선에 일일이 무고함을 해명 못 하고 참으며 2년간 힘든 시간을 견뎌왔다”며 “현명한 판단으로 제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김 총경의 항소심 선고 공판은 다음달 23일 오후 2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김 총경은 2012년 12월 용산경찰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일명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 당시 경찰 수사 상황을 국정원 관계자에게 알려주거나 중간 수사결과 내용 등이 담긴 보도자료를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외에 그는 2013년 1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대선개입 사건과 당시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던 권 의원의 모해위증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기밀 유출 등과 관련해 거짓 증언을 한 혐의도 받는다.

1심은 공무상기밀누설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일부 위증 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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