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 부작용인줄 알았는데 코로나… 순식간에 ‘병원내 감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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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비상]분당제생병원 9명 집단감염
혈액종양-호흡기내과 쓰는 81병동, 확진 폐암환자 3명 입원시기 겹쳐
병실 달랐지만 복도-휴게실 같이 써
병원 “최초 2명중 1명 전파 가능성”… 호흡기내과 숨은 환자도 배제 못해

검사 기다리는 의료진 경기 성남시 분당제생병원 의료진이 6일 병원 주차장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된 분당제생병원은 병원 내 집단 
감염이 발생해 진료를 중단했다. 성남=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검사 기다리는 의료진 경기 성남시 분당제생병원 의료진이 6일 병원 주차장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된 분당제생병원은 병원 내 집단 감염이 발생해 진료를 중단했다. 성남=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9명이 나온 경기 성남시 분당제생병원 출입문에는 6일 “코로나 확진 환자 여파로 환자 및 보호자의 안정을 위해 금일 진료는 불가합니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코로나19 국민안심병원이 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폐쇄된 것이다.

○ 우려하던 ‘원내 감염’ 발생


확진자 중 3명은 이 병원에 입원한 폐암 환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모두 비슷한 시기에 같은 병동에 머물렀다.

보건당국과 분당제생병원에 따르면 A 씨(76)는 지난달 25∼28일 이 병원 8층 81병동의 내과병동 중 혈액종양내과 병실에 입원했다. 폐암 환자인 A 씨는 항암 치료를 위해 한 달에 한 번 이 병원에 주기적으로 입원해왔다. 그런데 지난달 28일 퇴원한 이후 줄곧 몸이 안 좋았다. 특히 딸꾹질이 멈추질 않았다. 딸꾹질은 대표적인 항암치료 부작용이라서 1일 이 병원 응급실을 찾아 간단한 치료만 받고 귀가했다.

하지만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A 씨는 심한 딸꾹질, 발열, 호흡 곤란 증세로 3일 다시 응급실을 찾았다. 응급실 입구의 적외선 카메라에 발열이 감지돼 곧장 음압격리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튿날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결과 5일 0시 16분에 양성 판정을 받았고, 오전 8시 17분 부천순천향대병원으로 이송됐다.

B 씨(77·여)는 지난달 21∼28일 81병동에 있었다. 역시 항암치료를 위해 입원했다. B 씨도 퇴원 후 컨디션이 좋지 않아 1일 “힘이 없고 무기력하다”며 응급실을 찾았다. 이날 응급실에서 A 씨와 B 씨는 2m 거리의 병상에 누웠다.

의료진은 B 씨가 항암치료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보고 그를 1인실로 옮겼다. 백혈구 수치가 감소하면서 무기력증이 나타났다고 판단한 것. 하지만 3일 발열 증세가 심해졌고, 열이 계속 떨어지지 않아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5일 오후 4시경 확진 판정이 나와 11시 30분 경기도의료원 성남병원으로 이송됐다.

C 씨(82)는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6일까지 폐암 치료 차 81병동에 계속 입원해 있었다. 병원은 B 씨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자 밀접 접촉자로 C 씨를 추려냈다. C 씨는 검사 후 6일 0시 20분 확진 판정을 받았다. 곧이어 C 씨의 보호자도 7시 30분에 확진됐다. 이들은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으로 이송됐다.

○ 81병동의 미스터리 감염원

세 사람이 81병동에 함께 있던 기간은 지난달 25∼28일. 이들의 병실은 모두 달랐다. 하지만 8층 복도와 휴게실을 공동으로 사용했다.


81병동은 내과 병동이다. 이곳엔 암 치료를 담당하는 혈액종양내과 및 호흡기내과 환자들이 쓰는 4인실이 있다. 세 사람은 혈액종양내과 의사를 주치의로 두고 있다. 하지만 폐암이기 때문에 호흡기내과 의사들도 협진을 한다. 병원 관계자는 “암의 특징에 따라 내과병동의 여러 과 의사들이 협진을 하기 때문에 과에 따라 환자들의 병실을 나누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지하철 분당선 서현역과 가깝다. 분당신도시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 중 하나다. 지난달 27일 보건복지부로부터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됐다. 실제 운영은 2일 시작됐다. 이들이 입원한 기간에는 호흡기 환자와 비호흡기 환자 분리 진료가 이뤄지지 않았다.

호흡기내과 병실에 있던 숨은 환자를 진료한 의료진을 통해, 혹은 복도와 휴게실에서 마주친 숨은 환자를 통해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확인된 건 없다. 병원 측은 세 명의 폐암환자 중 일부가 외부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채로 81병동에 입원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A 씨가 5일 제일 먼저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B 씨의 경우 바이러스 수치가 상당히 높게 나왔다”며 “둘 중 한 명이 병원 내 첫 전파자일 가능성을 두고 질병관리본부에서 감염 경로를 파악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C 씨와 간호사 2명, 간호조무사 3명은 모두 B 씨의 접촉자를 찾는 과정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병원은 환자와 의료진, 직원들을 상대로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 병원은 전문의 140명과 직원을 포함해 병원 관계자가 1500여 명에 이른다. 특히 81병동의 병원 직원 1명이 6층 병동으로 파견을 간 적이 있어서 병원과 보건당국은 6층 의료진과 환자들까지 우선 검사하고 있다. 입원 환자 336명 중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지 않는 120명은 퇴원했다.

이영상 병원장은 “확진된 암환자들의 경우 호흡기 증상이 없으니 격리가 불가능했다”며 “양성 판정을 받게 된 환자들께 죄송하다. 앞으로 병원 내 전수조사를 시행해 최대한 병원을 빨리 정상화시키겠다”고 말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 / 성남=이경진 / 이미지 기자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분당제생병원#병원내 감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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