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줄이고 빚내 버티기 한계… 코로나에 말라죽는 기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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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감염병 장기화에 시름
“월세 800만원에 하루매출 20만원… 버틸 생각하면 가슴 턱턱 막혀”
먹자골목 한집 걸러 ‘휴업’ 안내문, 특례보증 신청 3주새 2만건 넘겨
문화센터 휴원에 강사들 생계 막막

한적한 노량진 컵밥거리 4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의 컵밥 거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학원들이 휴원하면서 점포들도 문을 닫아버렸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한적한 노량진 컵밥거리 4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의 컵밥 거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학원들이 휴원하면서 점포들도 문을 닫아버렸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밑 빠진 독에 물 붓고 있는 거죠. 서서히 말라죽는 기분입니다.”

서울에서 10년째 음식점을 운영해온 김모 씨(57)는 최근 종업원을 6명이나 내보냈다. 올 초만 해도 8명도 빠듯하게 일하던 식당이 2명만 남겼는데도 할 일이 없을 정도다. 이 식당은 월세가 800만 원인데, 김 씨의 최근 하루 매출은 겨우 20만 원 안팎. 저축했던 돈을 찾아 한 달은 버텼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식이 기약 없단 생각만 하면 가슴이 턱 막힌다.

코로나19 여파로 국민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식당이나 주점 같은 자영업자들이 ‘생계 사각지대’에 내몰리고 있다. 매출은 없는데 임차료 등 쓸 곳은 여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빚을 지는 소상공인도 가파르게 늘었다. 문화센터 등이 문을 닫으며 갈 곳을 잃은 계약직 강사들 역시 생계 사각지대에 놓인 피해자들이다.

3일 서울 광진구에 있는 ‘양꼬치 거리’는 저녁 퇴근 시간인데도 인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가게도 30% 정도는 문을 닫았다. 한 음식점 사장 A 씨(34)는 “코로나19 이전에 하루 약 100만 원이던 매출이 지금은 20만 원도 안 된다”며 “혹시나 하고 문을 열어두는 ‘희망고문’만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자영업은 특성상 바로바로 현금이 돌지 않으면 버티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임차료나 인건비 압박에 못 이겨 돈을 꾸고 있는 소상공인이 많다. 신용보증재단중앙회에 따르면 지난달 13일부터 시작한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특례 보증’의 신청 건수는 총 2만1423건. 총금액은 7042억 원에 이르렀다. 각 지자체와 협업하는 건수까지 합치면 2만9441건이다.

이 특례 보증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사업장이 대상이다. 제조업은 10인 미만, 도소매, 음식업 등은 5인 미만이다. 최대 7000만 원까지 대출 보증을 해준다고 한다. 지역별로는 피해가 극심한 대구(4027건)와 경북(1553건)이 가장 많았다. 경남(1479건)과 서울(1361건), 경기(526건)가 뒤를 이었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특례 보증을 실시했다. 코로나19 특례 보증은 개시 뒤 사흘 동안 1일 평균 377억 원이 집행됐다. 이는 같은 기간 1일 평균 75억 원이었던 메르스 때와 비교하면 5배가 넘는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산업별 대출금 자료에서도 자영업자들의 고충이 엿보인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서비스업의 대출 잔액은 741조9000억 원이다. 3개월 전보다 22조7000억 원이 늘어난 액수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8년 이래 최대 증가 폭이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까지 밀어닥쳐 자영업자를 더욱 옥죄고 있다.

정부 지원마저 기댈 수 없는 처지도 있다. 정규직이 없는 계약직 강사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수입 자체가 끊겨버렸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개설한 문화강좌 등이 대다수 무기한 휴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서울에 있는 한 동주민센터와 노인복지관 등에서 4년째 스포츠댄스를 가르치는 이정선(가명·48·여) 씨는 지난달부터 말 그대로 수입이 ‘0원’이다. 그간 하루 평균 6시간씩 주 5일을 근무하며 월 300만 원가량 벌었지만, 코로나19로 강좌가 모두 잠정 폐쇄됐다. 이 씨는 “말 그대로 생계 자체가 막막해져 버렸다”며 “언제 다시 강의를 할 수 있을지 몰라 답답할 뿐”이라고 호소했다.

강승현 byhuman@donga.com·김하경·이소정 기자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소상공인#자영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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