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11명 탄 日 크루즈서 ‘신종 코로나’ 10명 집단 감염…한국인은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5일 15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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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개국 국적의 승객을 태우고 2주 동안 일본, 홍콩, 대만 등을 유람했던 일본 크루즈선에서 5일 10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가 무더기로 발생했다. 일본에서 집단감염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감염자 10명 중 한국인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일본 후생노동상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요코하마항 앞바다에 정박 중인 대형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승객과 승무원 등 3711명의 신종 코로나 감염 검사에서 10명이 양성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후생노동성은 이 크루즈선이 3일 요코하마항에 귀항하자 전 승선자를 대상으로 검역을 실시했다. 발열, 기침 같은 증상이 있는 273명은 검체를 채취해 별도 바이러스 검사를 했다. 5일 오전 31명의 검사 결과가 나왔고, 그 중 10명이 신종 코로나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가토 후생노동상은 “감염자 10명 중 3명이 일본인이고 나머지는 다른 나라 국적자”라며 “중증자는 아직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감염자 연령대는 50~80대다. 주일 한국대사관 측은 “10명 속에 한국인은 없다”고 밝혔다.

양성으로 판명된 10명은 가나가와현 내 병원으로 즉시 이송됐다. 후생노동성은 나머지 승객과 승무원들에 대해 코로나 바이러스 잠복 기간을 고려해 2주 동안 선내에 머물도록 했다. 아직 242명의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이어서 감염자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이 크루즈선에는 56개국의 승객 2666명과 승무원 1045명 등 3711명이 타고 있었다. 승객 중 9명이 한국인이고, 1281명은 일본인이다. 발열 등 증상을 보인 273명 중에 한국인이 포함됐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번 집단감염은 한정된 공간에서 오랜 기간 생활하는 크루즈선이 얼마나 전염병에 취약한지를 잘 보여준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선박위생가이드에서 “선박 안은 승객들이 화장실 등 위생시설을 공유하고, 일정 기간 가까운 거리에서 지내기 때문에 감염증이 만연하기 쉽고, 급속히 확산될 우려가 있다”며 “다중적인 (방역)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앞서 1일 이 크루즈선에 탑승했던 홍콩 거주 남성(80)이 신종 코로나 감염자로 확인됐다. 그는 지난달 20일 크루즈선에 탔다가 25일 홍콩에서 내렸고, 이달 1일 신종 코로나 감염자로 판명 받았다. 일본 정부는 1일 크루즈선이 오키나와현 나하에 기항했을 때 한차례 검역을 실시했지만, 홍콩 남성의 감염 소식에 이례적으로 3일 재검역을 실시했다. 홍콩 남성은 지난달 22일 크루즈선이 가고시마에 들렀을 때 버스관광 프로그램에도 참여한 것으로 드러나 일본 당국이 접촉자를 파악하고 있다.

5일 10명이 무더기로 감염된 사실이 확인되자 크루즈선의 방역 태세는 한층 강화됐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전날까지만 해도 승객들은 레스토랑에서 식사했지만 5일부터 각 객실로 식사가 배달됐다. 승객이 물을 마시러 로비에 나오면 직원들이 급히 뛰어와 객실로 돌아가도록 지도하고 있다. 5일 오후 3시 현재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 감염자는 33명으로 늘어났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은 5일 기자들에게 중국 후베이(湖北)성에 체류하고 있는 일본인을 귀국시키기 위한 정부의 4차 전세기와 관련해 “6일 파견하려고 중국 정부와 조정하고 있다. 4차 전세기에는 200명 정도가 탑승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앞서 세 차례 전세기를 중국으로 급파해 지난달 31일까지 일본인 565명을 귀국시켰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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