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靑하명 수사’관련 백원우 첫 조사… 靑관계자 추가조사할듯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靑 첩보보고서 경찰하달 경위 조사… 지방선거 개입 의도 있었는지 추궁
당시 조국에 보고 여부도 수사대상… 日서 귀국한 임동호 30일 檢출석

백원우 전 대통령민정비서관이 28일 서울중앙지검에 피고발인 신분으로 출석해 2017년 10월경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청와대 첩보보고서를 경찰에 하달한 경위 등을 조사받았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55·수감 중)에 대한 청와대 감찰 무마 관여 의혹으로 이미 서울동부지검의 조사를 수차례 받은 백 전 비서관이 청와대의 하명(下命)수사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백 전 비서관이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나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등 민정수석실 파트너들과 책임 소재를 두고 균열이 생기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 백원우, 감찰 무마 이어 하명수사 의혹에도 ‘키맨’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백 전 비서관을 상대로 김 전 시장과 관련한 청와대 첩보보고서 작성 경위 및 하달 과정,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성이 있었는지 등을 조사했다.

백 전 비서관은 “업무 분장에 따른 정상적인 첩보 이첩 과정”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국회에서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김 전 시장 관련 첩보가 청와대 조사 대상이 아니어서 그대로 이첩한 것”이라고 해명한 것과 같은 취지다.

2017년 하반기 송철호 현 울산시장의 당선을 위한 ‘공업탑 기획위원회’ 주축이던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은 문모 전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의 요청을 받고 김 전 시장의 비위 첩보를 제보했다. 문 전 행정관은 이 첩보를 편집해 4쪽짜리 ‘지방자치단체장(김기현) 비위 의혹’ 보고서를 만들었다. 이 보고서가 이광철 당시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거쳐 백 전 비서관에게 전달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민정비서관실이 직무 권한 밖인 야당 소속의 광역단체장 비위 첩보를 수집하고, 해당 첩보를 바탕으로 작성된 보고서를 백 전 비서관이 박 전 비서관을 통해 경찰청에 하달한 것 자체가 불법 선거 개입이라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민정비서관실의 지휘보고 계통상 문 전 행정관의 보고서 작성 경위나 경찰 하달 과정을 백 전 비서관이 몰랐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 공약 설계 등 청와대 관계자 추가 조사 불가피

백 전 비서관이 당시 민정수석이던 조 전 장관에게 관련 보고를 하거나 지시를 받았는지 등도 검찰의 수사 대상이다. 이 때문에 수사 구도가 최근 유 전 부시장 감찰 무마 사건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검찰은 행정관→선임행정관→비서관→수석으로 상달되는 보고 체계에서 최초 작성자인 문 전 행정관 다음으로 이 전 선임행정관과 조 전 장관 사이에 낀 백 전 비서관을 먼저 불렀다. 중간 책임자인 백 전 비서관의 입에서 문건 생산 및 이첩 관여자로 누구의 이름이 거론되는지에 따라 향후 조사 대상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하명수사 외에 송 시장의 공약 설계와 단독 공천 과정에서 다른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의 이름이 거론되는 가운데 하명수사와 관련된 모든 결정을 백 전 비서관이 혼자 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울산시장 후보 자리를 놓고 송 시장과 당내 경합을 벌이다 출마를 포기했던 임동호 전 최고위원은 오사카 총영사로의 거취를 논의한 자리에 임종석 당시 대통령비서실장 등이 있었다고 밝혔고, 지방선거 전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송 시장 측과 지역 공약 사항을 논의한 사실도 밝혀졌다.

검찰의 자택 압수수색 당일 일본으로 출국한 임 전 최고위원은 28일 귀국했다. 그는 입국장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송 부시장 수첩 내용이) 굉장히 악의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송병기 수첩대로라면 있을 수 없는 선거 전략”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임 전 최고위원과 김 전 시장을 30일 각각 세 번째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신동진 shine@donga.com·김동혁 기자
#청와대#하명수사#백원우 전 대통령민정비서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