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송철호캠프, ‘산재 母병원’ 예타결과 미리 알고 공약수정 정황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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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후보가 추진하던 공약, 선거 16일前 예타 불합격 발표
송철호 ‘혁신형 공공병원’ 손들어준 셈
작년 1월 송철호-靑행정관 공약 논의… 檢, 조사결과 사전인지 단서 포착

지난해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산재 모(母)병원 건립’ 공약을 백지화시킨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결과 발표 배경을 검찰이 수사 중인 것으로 16일 밝혀졌다.

공장이 많은 울산의 지역 특성에 맞춰 산업재해 특화병원을 주장한 김 전 시장에 맞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던 송철호 울산시장은 일반 시민을 위한 공공병원 유치를 내세웠는데, 지방선거 투표일 16일 전 기획재정부가 산재 모병원에 대한 예타 불합격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광역자치단체장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 공개된 정부 방침으로 인해 야당 후보의 공약은 무산되고 여당 후보의 공약대로 정책 논의가 시작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청와대의 선거 개입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 “선거 16일 전 ‘김기현 공약’ 무산시켜”


김 전 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下命) 수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최근 전·현직 울산시 공무원과 선거캠프 인사들을 상대로 산재 모병원 추진 과정과 예타 결과 인지 시점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울산시 관계자 등에 따르면 김 전 시장 측은 선거 전 공약 수립을 위해 산재 모병원 건립 가부에 대한 답변을 정부 측에 끊임없이 요구했지만 기재부는 예산 문제 등을 이유로 답을 미뤘다고 한다. 김 전 시장은 결국 백지화 방침을 모른 채 산재 모병원을 공약에 포함시켰다. 반면 송 시장은 2012년 국회의원 선거 출마 당시 산재병원 공약을 내세웠던 것과 달리 혁신형 공공병원으로 공약을 수정했다. 이러한 전략은 지난해 2월 공식 선거캠프를 꾸리기 전부터 정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두 후보 간의 ‘산재 모병원 vs 공공병원’ 공약 다툼은 선거전이 본격화되기도 전에 싱겁게 끝났다. 지난해 5월 28일 기재부 발표가 있기 6일 전부터 지역 언론 등에서 15년째 울산시 숙원사업이던 산재 모병원 무산 소식과 함께 정부가 혁신형 공공병원을 대안으로 협의할 것이라는 계획이 보도됐다. 같은 해 6월 1일 울산시장 선거 후보자 첫 TV토론회에서 송 시장은 “산재 모병원 설립 등 약속한 공약을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며 김 전 시장을 공격했다. 김 전 시장은 정부 발표 이후 ‘국립병원 설립’으로 공약을 급히 변경했다.


○ 송철호 시장, 청와대 회동 후 공약 손질 정황

검찰은 송 시장 측이 산재 모병원 예타 결과를 발표 수개월 전에 미리 인지한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월 송 시장이 선거캠프 전신인 ‘공업탑 기획위원회’ 멤버 송병기 현 울산시 경제부시장과 함께 청와대 선임행정관을 만나 공약을 논의한 사실도 주목하고 있다. 검찰이 확보한 송 부시장의 업무일지에도 산재 모병원 등 주요 공약이 적혀 있다고 한다.

정부가 송 시장에게 유리한 시점에 결과를 발표한 배경에 의도성이 있었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야당 공약을 물거품으로 만들기 위해 정부가 발표를 선거 직전으로 연기했다고 김 전 시장 측은 보고 있다. 송 시장은 당선 후 공약대로 혁신형 공공병원을 추진했지만 정부가 다시 산재 모병원으로 수정을 요구하는 등 우여곡절을 거쳐 올 1월 산재 전문 공공병원으로 예타 면제 결정을 받았다. 선거 직전 백지화한 산재 모병원과 유사한 계획을 정부가 다시 밀어붙인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예타는 경제성과 정책 필요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지 선거 개입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15, 16일 이틀 연속 검찰에 출석한 김 전 시장은 청와대를 겨냥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신동진 shine@donga.com·김동혁 / 울산=정재락 기자
#송철호 울산시장#예타#사전인지#김기현#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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