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에서 2020 수능 만점자로…“학원·과외 없이 혼자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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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2월 4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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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외고 3학년 송영준 군의 희망 스토리

2020학년도 수능 만점자 김해외국어고등학교 3학년 송영준 군(18). 사진=경상남도교육청 제공
2020학년도 수능 만점자 김해외국어고등학교 3학년 송영준 군(18). 사진=경상남도교육청 제공
고등학교 첫 시험 127명 중 126등을 한 학생이 2020 수능 만점을 받아 화제다.

4일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발표됐다. 수능 만점자가 15명이 나온 가운데 주목할 만한 학생이 있다. 바로 경남 김해시 김해외고 3학년 송영준 군(18)이다.

송 군은 지난달 14일 치러진 수능에서 국어, 수학(나형), 사회탐구 2과목(한국지리, 사회문화)에서 만점을, 영어와 한국사에서도 1등급(만점)을 받았다.

송 군은 홀어머니 아래에서 사회적 배려자 대상자 전형으로 외고에 입학했다. 송 군은 중1 때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는 홀어머니를 생각하며 학업에 매진했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 공부방을 다닌 것과 중학교 1학년 때 잠시 학원을 다닌 것을 제외하면 사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고교 시절 학원과 과외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셈이다.

송 군은 고교 첫 시험에서 꼴찌에 가까운 성적을 받아 좌절감을 느꼈다. 선행학습을 안 하고 공교육에 충실했는데 이러한 노력이 부정 당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중학교 때는 전교 10등 정도 했는데 고교 입학 후 많이 좌절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송 군은 포기하지 않고 공부를 더 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송 군은 “공교육에 충실해서 높은 성적을 받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학원이나 과외를 받는 학생들한테 지는 게 약간 기분이 나빴다. 그래서 혼자 노력해서 이기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송 군의 수능 만점은 담임 교사의 역할도 컸다. 송 군이 공부에 재능이 없다고 생각해 1학년 때 특성화고등학교로 전학을 희망했으나, 서향미·정해령 담임교사가 응원을 해주며 흔들리지 않도록 잡아줬다. 이들의 추천으로 삼성장학재단과 조현정재단 등에서 고교 3년간 장학금 1000만 원을 받아 많은 도움이 됐다. 송 군은 이에 보답하고 싶어 학업에 더 열중했다.

정해령 담임교사와 송영준 군. 사진=정해령 교사 제공.
정해령 담임교사와 송영준 군. 사진=정해령 교사 제공.

두 교사는 “영준이가 127명 중 126등으로 입학했고, 입학하고서도 가정형편이 어려워 특성화고로 전학까지 고민했었다”면서 “이때 외부 장학금을 주선하고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은 것이 영준이에게 큰 도움이 된 것 같아 무척 기쁘다”고 했다.

송 군은 2학년 첫 모의고사 때 전 과목에서 1등급을 받았고, 이후 줄곧 1~2등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군은 자신의 공부법에 대해 “단계적으로 공부하는 게 중요하다”며 “무슨 과목이든 개념부터, 그리고 쉬운 것부터 시작해서 약간 어려운 문제를 풀고 이후 더 어려운 문제를 푸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부하기 힘든 날이나 한 주가 힘든 날은 방에서 게임 영상을 대신 보면서 대리만족을 했다”며 “다만 너무 (재충전에) 빠지지 않게 조심했었다”고 덧붙였다.

김해외고는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기상 시각이 오전 6시 20분이고 의무 자습 시간이 밤 11시까지다. 송 군은 1시간 일찍 일어나고, 1시간 늦게 잤다고 했다.

그는 장래에 대해 “검사가 되고 싶다”며 “아직까지 부정의한 일들이 많다. 사회가 더 정의로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강무석 교장은 “영준이의 수능 만점은 학생 개인의 노력과 바른 인성, 선생님들의 노력과 학생들의 꿈을 키워주는 학교 프로그램이 어우러져 이뤄낸 결과라 생각한다”면서 “특히 영준이는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해 3학년 때 어깨가 아파서 병원에 다닐 정도로 노력파였다”고 소개했다.

서한길 동아닷컴 기자 stre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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