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m 파도 얻어맞고 배 전복…부표 잡고 차가운 바닷속 두시간 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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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1월 25일 17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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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제주 마라도 남서쪽 해상에서 장어잡이 어선 창진호(24톤·통영선적)가 전복돼 제주해경이 사고해역에서 승선원 구조에 나서고 있다. 현재까지 승선원 14명 중 13명이 구조됐으나 3명은 숨졌으며, 실종자 1명은 수색 중이다.(제주해양경찰청 제공) © News1
25일 제주 마라도 남서쪽 해상에서 장어잡이 어선 창진호(24톤·통영선적)가 전복돼 제주해경이 사고해역에서 승선원 구조에 나서고 있다. 현재까지 승선원 14명 중 13명이 구조됐으나 3명은 숨졌으며, 실종자 1명은 수색 중이다.(제주해양경찰청 제공) © News1
25일 오전 6시5분쯤 장어잡이 어선 창진호(24톤·통영선적)가 침수되고 있다고 신고한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전복됐다. 이 사고로 승선원 14명 중 3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됐다.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승선원들의 진술을 토대로 재구성해봤다.

25일 새벽 창진호는 제주도 마라도 남서쪽 63㎞ 해상에서 승선원 14명을 태우고 이동 중이었다. 미리 바다에 뿌려놓은 낚싯줄을 걷어들이기 위해 나선 길이었다.

초속 19m의 강한 바람과 4.5m 높이를 넘나드는 파도에 어선은 휘청거렸다. 풍랑특보도 내린 상황이었지만 다음 날인 26일 경남 통영항에 만선으로 돌아갈 꿈에 항해를 멈출 순 없었다.

그런데 이동하던 중 큰 파도가 배를 덮쳤다. 동시에 한꺼번에 많은 바닷물이 배 안으로 넘쳐 들어왔다. 기관실 문을 넘어 들어와 냉장고 등 물건이 쓰러질 정도로 큰 파도였다.

기관장 이모씨(39)가 평소와 다른 느낌에 선실 밖으로 나가보니 창진호가 우측으로 25도 이상 기울어진 상태였다.

파도는 끊임없이 치고 정신없는 와중에 이씨와 선인들은 구명조끼를 꺼내입었다.

선장 황모씨(61)는 조타실에서 해경에 구조를 요청했다. 최초 신고가 접수된 건 오전 6시5분쯤이다.

이씨는 기울어진 어선에서 버티던 중 단 하나 있던 구명벌(구명보트)이 생각났다.

동료선원들과 함께 급하게 구명벌을 찾았지만 작동이 되지 않았다. 배가 바다로 넘어갈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오전 6시16분 창진호는 해경 경비함정 3006함과의 마지막 교신을 했다. 당시 “닻을 내려 배를 고정시킬 수 있느냐”는 해경의 질문에 창진호는 “배가 많이 기울어져 어렵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제주 마라도 남서쪽 해상에서 장어잡이 어선 창진호(24톤·통영선적)가 전복돼 제주해경이 사고해역에서 승선원 구조에 나서고 있다. 현재까지 승선원 14명 중 13명이 구조됐으나 3명은 숨졌으며, 실종자 1명은 수색 중이다.(제주해양경찰청 제공) © News1
25일 제주 마라도 남서쪽 해상에서 장어잡이 어선 창진호(24톤·통영선적)가 전복돼 제주해경이 사고해역에서 승선원 구조에 나서고 있다. 현재까지 승선원 14명 중 13명이 구조됐으나 3명은 숨졌으며, 실종자 1명은 수색 중이다.(제주해양경찰청 제공) © News1

결국 창진호는 전복됐다. 그와 동시에 배에 있던 선원들은 바다로 휩쓸려 떠내려갔다.

선원 5명은 각자 부표와 구명환을 잡고 거대한 파도가 치는 해상에서 떠다녔다.

뒤늦게 작동된 탓에 구명보트에는 단 4명만이 탈 수 있었다.

어선이 전복되기 직전 선실에 있던 승선원 1명은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디찬 겨울 바다에서 선원들은 높은 파도와 죽음의 두려움과 맞서 싸웠다.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서 선원들은 서로의 안위를 걱정하며 하루빨리 구조대가 오기를 마냥 기다렸다.

언제 올지 모를 구조를 기다린지 2시간 가량 지난 오전 7시54분쯤 경비함정 3006함이 드디어 사고해역에 도착했다.

차가운 해상에서 벌벌 떨며 기다리던 선원들은 함정을 향해 손을 흔들며 구조를 요청했다.

속속들이 경비함정과 헬기 등이 사고해역에 도착해 구조작업을 벌였고 승선원 14명 중 13명이 구조됐다.

그러나 구조된 선원들은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선장 황씨와 동료선원 2명이 사망하고 1명은 실종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기관장 이씨는 “하루 이틀도 아니고 10여 년간 함께 생활했던 사람들인데 마음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제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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