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B형이 됐나”…화성사건 남은 퍼즐 ‘살인범 혈액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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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9월 30일 11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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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과거 화성연쇄살인범의 혈액형을 섣불리 특정해 30여년이 지난 현재 사건 수사에 혼선을 야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경찰이 어떠한 근거로 범인의 혈액형을 B형으로 확신했는지, 당시 수사기록을 되짚어 볼 필요성이 제기된다.

30일 경기남부경찰청 전담팀은 화성사건 유력 용의자 이춘재(56)의 자백을 이끌어 내기 위해 사건을 원점부터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당시 범인의 것과 이씨의 DNA가 일치한다고 알려옴에 따라 이씨를 유력 용의자로 특정하고 수사를 벌여왔다. 최근에는 이씨가 당시 범인의 얼굴과 같다는 취지의 목격자 진술도 확보했다.

이제 남은 퍼즐은 범인의 혈액형이다. 이춘재의 DNA와 일치한 5차·7차·9차 사건 피해자 유류품에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혈액형이 검출된 사건은 9차 때다.

과거 화성사건을 담당한 경찰은 9차 사건 범인의 혈액형을 B형으로 확신했다. 하지만 유력 용의자 이씨의 현재 혈액형은 O형으로 밝혀졌다. 이씨로부터 자백을 이끌어내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할 퍼즐인 것이다.

경찰은 1990년 11월15일 발생한 9차 사건 현장에서 피해자 옷을 수거해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했고, 그 결과 범인의 혈액형이 B형일 것이라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하지만 모방범죄인 8차 사건을 제외한 9차례 사건을 되짚어 보면 범인의 혈액형이 B형이 아닐 수 있다는 추론이 나온다.

과거 화성사건 수사기록에 따르면 감정채취물이 처음 나온 2차 사건(1986년 10월)의 경우 현장에서 발견된 담배꽁초에서 B형이 나왔는데, 피해자 혈액형이 B형이었다. 피해여성의 것일 수도 있고, 누군가 피다 버린 담배꽁초일 수도 있는 대목이다.

3차 사건(1986년 12월)의 경우에도 현장에 있던 수건에서 A형이 나왔는데, 이 역시 피해여성 혈액형과 같았다.

1987년 5월 터진 6차 사건에선 피해자 유류품인 트레이닝복에서 나온 혈액형 가운데 피해여성 혈액형(AB)과 다른 A형이 나왔는데, 당시 피해여성의 남편 혈액형이 A형이었다. 옷을 서로 공유해 입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눈여겨 볼만한 사건은 마지막 10차 사건이다. 피해자 유류품에서 용의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체액이 나왔는데, 혈액형이 B형 또는 O형으로 나왔다. 당시 수사기록상에도 이렇게 기록돼 있다.

해당 사건들을 종합하면, 당시 범인의 혈액형이 B형이 아닐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범인의 혈액형을 B형으로 특정한 9차 사건 피해자는 김모양(13)이다. 김양은 하교 후 귀가하던 중 변을 당했고, 경찰은 김양이 입은 옷에서 나온 제3자의 혈액형을 범인의 것으로 특정했다.

하지만 김양 역시 7차 사건과 마찬가지로 가족, 친구들과 옷을 공유해 입을 수도 있고, 그럴만한 여지도 충분히 있다. 경찰이 범인의 혈액형을 섣불리 판단한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나오는 이유인 것이다.

당시 사건에 투입됐던 한 경찰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이씨가 진범일 가능성이 크다”며 “혈액형 정보는 직접적인 증거보다는 보조증거로 활용될 뿐이며 당시 상황에서 혈액형이 다른 오염 물질과 섞일 가능성도 매우 크다”고 말했다.

3차 사건 때부터 부검 등에 참여한 이정빈 가천대 법의학과 교수는 혈액형 문제와 관련해 “여러 가능성이 있다. 몸 바깥에서 발견된 혈액을 채취했다면 변질됐을 가능성이 높다. 또 피해자나 제3자의 혈액을 범인의 혈액인 줄 알고 검사했거나, O형을 쓰는 것이 아니라 B형이라고 잘못 체크(오기)하는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1970년대에는 우리나라 인구의 40%가 O형이라고 했는데, 나중에 밝혀진 바로는 실제로 1970년대에 O형은 32%였다”며 “이는 오기 또는 피를 바꿔 검사하는 실수 때문이다. 반면 DNA는 혈액형과 달리 오류가 나올 확률이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경찰은 화성연쇄살인사건 5·7·9차 피해여성 유류품에서 나온 DNA와 50대 남성의 DNA가 일치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를 토대로 처제를 강간·살해한 혐의로 부산교도소에 25년째 수감 중인 이씨를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특정했다.

경찰은 그러나 이씨가 지난 5차례 대면조사에서 자신의 범행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어 수사에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수원=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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