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병원서 사람 수백명 죽였다”…댓글 단 의사, 1심 무죄

  • 뉴시스
  • 입력 2019년 9월 25일 07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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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병원서 사람 수백명 죽여' 댓글 단 혐의
해당 병원 유령수술 의혹 받아…재판 진행 중
法 "직업 윤리 문제 제기…공익성 인정" 무죄

유령수술 의혹을 받는 대형 성형외과에서 ‘사람 수백명을 죽였다’는 내용의 댓글을 게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성형외과 병원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병원장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2월4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B성형외과가 유령수술을 하다가 환자 200~300명을 죽인 걸로 소문이 파다하다’는 내용의 댓글을 게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유령수술은 환자가 상담을 통해 직접 수술할 것으로 인식하는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가 수술하는 것이다.

또 A씨는 ‘수술하다 죽게 만들고 피해자 유족에게 3억5천만원을 지급해 입을 막고 이를 다시 보험회사에서 돌려받았다’는 댓글도 게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B성형외과는 2006년 12월23일 유령수술 과정에서 환자가 사망했다는 의혹이 발생했고, 관련 의료사고 사망 기사가 6년간 60건 정도 보도됐다.

이후 2013년 12월9일 성형수술을 받던 여고생이 사망하며 의료사고 진상조사위원회가 조사에 나서 유령수술 행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파악했고, 방송사 시사프로그램에서도 유령수술 문제를 다뤘다. A씨는 당시 의사회 이사로 활동하며 진상조사에 참여했다.

재판부는 “A씨는 이사로 임명돼 유령수술 사실을 알게 됐고, 방송사에 출연해 문제를 제기하는 등 댓글 게재 목적이 유령수술 문제점을 알리려는 것이었다”며 “A씨가 성형외과 의사이자 진상조사위원으로서 유령수술의 직업 윤리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공익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B성형외과 원장은 유령수술 관련 사기 혐의로 기소돼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고, 민사소송 1심에서 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되기도 했다”면서 “유령수술이 이뤄지는 대형 성형외과 병원의 시스템을 비판하고 알리고자 하는 행위는 일반 공중의 이익과도 분명히 관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는 지방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사람으로 유령수술이 이뤄지는 대형 성형외과와 특별히 경쟁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이들을 무작정 비난할 합리적인 이유나 동기를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비난 목적이 있어도 공익적인 목적이 주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무죄 판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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