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해외캠퍼스 설립 허용, ‘재산 빼돌리기’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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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9월 24일 14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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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대학생들. © News1
외국인 대학생들. © News1
정부가 학령인구 감소로 위기를 겪고 있는 국내 대학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해외 캠퍼스 설립 등을 허용하겠다고 나섰지만 교육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학 재산 빼돌리기’와 같은 사학비리가 재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그것이다.

24일 교육부가 발표한 규제 개선 과제 38건 가운데 고등교육 분야에서 눈에 띄는 과제는 크게 2가지다. 대학이 해외에 캠퍼스를 설치하는 것을 허용하는 과제와 기준을 초과하는 수익용 기본재산을 처분해 교육에 활용할 수 있게 한 과제다. 학령인구 감소로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국내 대학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활로를 열어주고, 법정기준 초과 재산을 활용해 교육여건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국내 캠퍼스 정원과 무관하게 해외 캠퍼스에는 학과와 정원에 제한을 두지 않을 방침이다. 국내에 캠퍼스를 추가 설치할 경우 중복학과를 설치할 수 없고, 정원을 늘릴 수도 없지만 이를 풀어주겠다는 것이다. 분교와 달리 캠퍼스는 경쟁력 있는 일부 학과만 해외에 이전하는 것이다. 동남아에서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을 타고 국내 대학이 현지에 케이팝(K-Pop) 미용, 메이크업, 컴퓨터 관련 학과를 설치하는 식이다.

문제는 해외 캠퍼스 조성에 들어가는 재원이다. 해외 캠퍼스 설립을 악용해 대학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는 등 사학비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영화 ‘공공의적2’에 등장한 사학비리가 현실에서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다. 영화의 주요 줄거리 가운데 하나는 사립고 재단을 물려받은 주인공이 골프 장학생 사업을 활용해 학교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려다가 실패한다는 내용이다.

사립학교개혁과 비리추방을 위한 국민운동본부(사학개혁국본)은 이에 대해 “과거 사학비리의 형태들을 볼 때 학생수 감소 등 국내 교육사업의 어려움에 따른 ‘해외시장 개척’을 이유로 각 대학들이 무분별하게 해외캠퍼스 조성사업에 뛰어들면서 재산 빼돌리기 등 사학비리가 재연되지 않을까 한는 우려가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부는 해외 캠퍼스 구축 재원에 국내 대학의 등록금 회계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교비라 하더라도 비(非)등록금 회계에서는 사용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입장”이라며 “(이 경우) 해당 사업에 국내 대학 교비에서 투여되는 거액의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법정 확보 기준을 초과하는 수익용기본재산을 처분해 교육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안에 대해서도 사학개혁국본은 “토지 등 자산의 매각과 교비로의 전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고 밝혔다.

현재는 학교법인이 기준액을 초과하는 수익용기본재산을 처분할 때도 이 금액만큼 다른 재산을 대체 취득해야 교육부가 허가한다. 이번 규제 개선을 통해 앞으로는 대체 취득 없이도 기준을 초과하는 자산 처분을 허가하겠다는 것이 교육부 방침이다.

사학개혁국본은 “과거 사학비리의 유형들을 볼 때 회계 조작의 방식으로 매각 자산의 가격을 축소하고 그 차액을 뒤로 돌려받는 식의 비리, 매각 실 대금 전액을 전출하지 않는 등 문제들이 발생할 소지는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사학개혁국본은 “교육부 발표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교육부 정책의 추진이 또 다른 사학비리 발생의 단초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갖고 있다”며 “교육부의 사전적 대책 수립과 향후 적극적 관리 감독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교육부는 “해외 캠퍼스 설립을 위해 대학 등록금으로 구성된 교비회계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할지 등은 정책연구와 의견수렴을 거쳐 구체적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제도가 마련되더라도 신청이 들어오면 엄격하게 심사해 승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학교법인이 기본재산을 처분할 때는 관할청인 교육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기준액을 초과하는 수익용기본재산을 처분할 경우에도 처분대금을 교비회계로 전출하는 조건에 한정해 엄격하게 심사해 처분을 허가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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