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아진 수문개방 모른채 안전장비 없이…무방비로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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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7월 31일 17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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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펌프장에서 근로자 3명이 고립돼 구조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 News1
31일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펌프장에서 근로자 3명이 고립돼 구조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 News1
갑작스런 폭우로 인해 빗물저류배수시설에서 일하던 인부 3명이 자동개폐 수문에서 쏟아진 물에 휩쓸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변을 당한 인부들은 이날 자동개폐시스템이 설계보다 낮은 수위에서 열리도록 설정돼 있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양천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24분쯤 서울 목동 안양천 인근 빗물저류배수시설 공사장에서 인부 3명이 고립됐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구조작업에 나섰으나 협력업체 소속 50대 남성 구모씨는 오전 10시쯤 발견돼 10시26분쯤에 병원에 이송됐지만 11시2분쯤 사망했다. 또 현대건설 소속 30대 남성과 협력업체 소속 미얀마 국적의 30대 남성은 아직 구조되지 않았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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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지점은 서울 양천구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 확충 공사장으로, 이곳은 6월말까지 공사를 마친 뒤 7월부터 시운전을 진행 중이었다. 정식 준공은 내년 1월로 예정돼 있었으며, 시공사는 현대건설, 발주처는 서울시 도시기반본부다.

사고를 당한 인부 3명은 이날 오전 7시10분쯤 시설점검을 위해 펌프장 빗물저류시설 터널로 내려갔다. 시설 점검은 매일 아침 한 번씩 일상적으로 진행돼 왔고 통상 30~40분의 시간이 소요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날 아침 서울에 호우주의보가 발령되는 등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예상치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초입부분과 중간부분 등에 연결된 수직구 2개가 열리면서 빗물이 들이닥친 것이다.

이 수직구는 설계상으로 빗물이 70% 이상 차면 자동으로 열리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시운전 중에는 매일 이 수치에 변화를 주면서 정상 가동을 시험해왔고, 이날은 50%가 되면 열리는 것으로 설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사인 현대건설 관계자는 “발주처에서도 가동이 제대로 되는지 확인을 하기 위해 매일 조정을 해왔던 것 같다”면서 “아마도 작업을 하러 들어간 분들은 70%가 되면 개폐되는 것으로 알고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날 서울에는 많은 비가 내릴 것이 예보돼 있었지만 수문이 열리는 기준점을 오히려 낮춰놓았고, 인부들은 이 사실을 미처 알지 못한 채 들어갔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상황실에서 수문이 열린 것은 인지했으나 내부로 전파할 방법은 없었다.

현장소장 최모씨는 “수문이 열린 것을 상황실에서 인지했으나 시공 상황에서는 상부에서 터널 하부로 전달할 연락망이 없다. 기술적으로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에는 만일의 상황을 대비한 안전시설 등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를 당한 인부 3명은 안전모 이외에는 별다른 안전장치없이 현장에 투입됐으며, 터널 내부에 빗물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이나 구명조끼, 튜브 등도 마련되지 않았다.

이번 사고는 지난 2013년 발생해 7명이 수몰됐던 노량진 배수지 사고와 비슷하다는 지적도 있다. 당시에도 폭우로 인해 한강물이 불어나고 이에 설치해 놓은 차단막이 터지면서 작업하던 7명이 물에 휩쓸렸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노량진 사고의 경우 부실시공이 주원인인 반면, 이번 사고의 경우 시험가동 중 발생한 사고로 보인다”면서 “외형상으로는 비슷할 수 있지만 원인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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