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켰어도 서너시간마다 10분씩 꼭 환기해야… 폭염-열대야-냉방병 대처법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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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에 사는 이하영 씨(34)는 29일 오전 출근 버스에서 깜박 잠이 들었다. 지난밤 제대로 잠을 청하지 못해서다. 전날 오후 6시부터 29일 오전 9시까지 마포구의 최저기온은25.6도, 열대야였다. 두 돌이 갓 지난 아이가 감기에 걸릴까 봐 에어컨도 켜지 못했다는 이씨는 “습기가 많아 이불까지 축축했다”고 말했다. 그는 “밖은 후텁지근한데 버스와 사무실은 에어컨 바람이 너무 세서 두통이 올 지경”이라며 괴로워했다.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무더워지면서 폭염과 열대야가 전국에서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이날 경기 북부와 강원 내륙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대구와 대전, 광주 등에는 폭염경보를 내렸다.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는 각각 하루 최고기온이 33도, 35도 이상인 날이 이틀 넘게 지속될 때 발령한다. 지난 10년간 하루 최고기온이 33도를 넘은 날은 7월(5.3일)보다 8월(7.8일)에 더 많았다.

기승을 부리는 무더위와 이를 피하기 위한 냉방기기 바람으로 인해 건강관리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폭염이 부르는 온열질환, 열대야로 인한 수면장애 그리고 냉방병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아봤다.

29일 질병관리본부(질본)에 따르면 올 들어 온열질환으로 치료받은 사람은 벌써 477명이다. 이 중 1명이 숨졌다. 이 사망자는 23일 오후 6시경 경북 청도의 텃밭에서 홀로 김을 매다가 숨진 채 발견된 82세 여성이다. 당시 청도 지역 낮 최고기온은 37도까지 올라갔다. 이 텃밭에는 그늘이 제대로 없었다.

열탈진 열실신 등의 온열질환은 높은 온도의 열에 오래 노출됐을 때 두통이나 어지럼증, 의식 저하 등으로 나타난다. 질본은 “지난해 온열질환자의 62%가 7월 21일∼8월 10일 발생했다. 이번 주부터 온열질환자 급증이 예상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온열질환 예방은 수분을 많이 섭취하고 폭염에 노출되지 않는 게 최선이다. 햇볕을 직접 받지 않도록 작업장에 그늘막을 만들거나 모자를 써야 한다. 일사량이 가장 많은 오후 2∼4시에는 외부 활동을 줄이는 게 좋다. 불가피하게 야외 작업을 할 경우 규칙적으로 시원한 그늘에서 쉬고 두 명 이상 일하면서 서로의 상태를 살펴야 한다. 만약 환자가 생기면 119에 신고한 뒤 그늘로 옮겨 얼음이나 물수건으로 얼굴, 목 뒤 등을 닦거나 물을 뿌려 체온을 낮춰야 한다. 김경수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온열질환은 뇌의 체온조절 중추가 마비되는 위태로운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지난해보다 덜 덥다고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온열질환에 취약한 노약자 등은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 포항은 29일 오전 27.4도를 기록해 21일부터 9일째 열대야를 겪었다. 이날 서울(25.5도), 경남 거제(27도), 제주(26.1도) 등에서도 잠을 방해하는 열대야가 나타났다. 잠이 들기 전 덥다고 찬물로 샤워하면 체온이 더 오를 수 있으니 미지근한 물로 해야 한다. 수면 전 한 시간 이내에는 운동을 피하는 게 좋다. 에어컨이 없는 집은 각 기초단체에서 운영하는 무더위 쉼터를 찾아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냉방기기를 장시간 사용했을 때 냉방병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에어컨 내부의 레지오넬라균 같은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퍼져 감기에 걸리거나 몸이 체온을 조절하면서 두통이나 복통이 생기기도 한다.

에어컨 필터는 2주에 한 번꼴로 청소해 말리면 좋다. 얇은 옷을 입거나 이불을 덮어 에어컨 바람을 맞바로 쐬지 않도록 하고 서너 시간마다 10분씩 환기를 시켜야 한다.

강은지 kej09@donga.com·위은지 기자
#에어컨#폭염#온열질환#냉방병#열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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