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나니 물 속에 잠긴 논”…수마가 할퀴고 간 해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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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7월 21일 14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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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전남 해남군 현산면 경수리 한 논에 심어진 벼 포기가 ‘제5호’ 태풍 ‘다나스’(DANAS)의 영향으로 물에 잠겨 있다. 200㎜ 가까운 폭우를 뿌린 ‘다나스’는 농경지 침수 등 많은 피해를 입혔다.2002019.7.21 /뉴스1
21일 전남 해남군 현산면 경수리 한 논에 심어진 벼 포기가 ‘제5호’ 태풍 ‘다나스’(DANAS)의 영향으로 물에 잠겨 있다. 200㎜ 가까운 폭우를 뿌린 ‘다나스’는 농경지 침수 등 많은 피해를 입혔다.2002019.7.21 /뉴스1
21일 전남 해남군 현산면 경수리 한 하천의 수위가 최고조에 오르면서 인접한 논을 집어삼킬 듯 넘실대고 있다.2019.7.21 /뉴스1
21일 전남 해남군 현산면 경수리 한 하천의 수위가 최고조에 오르면서 인접한 논을 집어삼킬 듯 넘실대고 있다.2019.7.21 /뉴스1
제5호 태풍 ‘다나스’(DANAS)가 소멸된 지 하루가 지난 21일 오후 12시20분쯤 전남 해남군 현산면 경수리 한 논에는 벼 포기가 물에 잠겨 있었다.

수마(水魔)가 할퀴고 간 현장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산들바람에 나부껴야 할 벼 포기는 흙탕물 속에서 맥없이 고꾸라져 심장박동을 멈춘 듯 고요했다.

이 마을의 논은 대략 3~4ha인데, 논 퇴수작업을 거의 끝마친 다른 논과 달리 김모씨(65)의 논은 여전히 수중이었다.

김씨의 논 661.1㎡(200평) 중 물 밖으로 겨우 고개를 내민 벼 포기의 면적은 66.1㎡(20평)에 불과했다. 김씨는 물에 잠긴 벼 포기를 살려내기 위해 황급히 서 너 곳에 물꼬를 텄지만 모두 허사였다.

농수로(폭 40cm, 높이 50cm)와 물에 잠긴 논의 수위가 비슷해 물이 논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으면서다. 유실된 논과 맞닿은 하천(너비 4m)의 수위는 김씨의 속을 새까맣게 타들어가게 했다.

이 하천은 깊이는 대략 5m 정도인데, 최근 내린 비로 수위가 4.9m까지 차올랐다. 물은 금세라도 50cm 가량 웃자란 벼 포기를 집어삼킬 듯 넘실댔다.

김씨는 “비 소식에 밤새 걱정했는데, 저 하천이 범람하면 올해 농사는 망친다”며 “논이 하천과 인접해 있는데, 해마다 속을 썩이고 있다. 물이 사흘 내 빠지지 않으면 벼 포기가 썩게 된다”고 걱정했다.

지난 19일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해남지역에 내린 비의 양은 적게는 139.5㎜, 많게는 222.0㎜가 내렸다.

농경지 침수피해가 많은 현산지역에는 189.5㎜의 비가 쏟아졌다. 해남군이 이날 현재까지 집계한 농경지 침수피해는 Δ현산면 75ha Δ해남읍 15ha Δ황산면 11ha Δ화산면 10ha Δ북일면 10ha Δ삼산면 5ha 등 모두 126ha다.

문제는 다음 주 중에도 비 예보가 있다는 점이다. 이 지역은 바다와 직선거리로 2~3km 가량 떨어져 있는데, 다음 주중 물 때(이날 기준 7물, 최고 3.5m·최저 96cm)가 높은 사리기간으로 자칫 범람의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김씨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더 이상 비가 내려선 안 된다. 이날 논 퇴수작업을 해야 하는데, 하천의 수위가 낮아지질 않아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늘에 맡길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해남군 관계자는 “벼 포기가 물에 잠긴 지 이틀 안에 물을 빼면 큰 피해는 없지만 길어지면 벼 생육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내주 초 정확한 피해 집계를 통해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남=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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