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함께 산 아내의 치매 증세…91세 할아버지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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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4월 30일 11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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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요양보호사 자격시험에 합격한 최대식 할아버지. 사진=충청남도 제공
지난 19일 요양보호사 자격시험에 합격한 최대식 할아버지. 사진=충청남도 제공
50여 년을 함께 산 아내가 치매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남편은 어떤 선택을 할까.

한 할아버지는 보다 전문적으로 아내를 간호하기 위해 요양 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놀라지 마시라. 이 할아버지는 올해 91세의 고령이다.

사연의 주인공 최대식 할아버지는 3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학원에 다니면서 하루 오전 4시간, 오후 4시간, 쉬는 시간 30분. 20일 동안 하루 8시간씩 공부했다. 실습도 하고 또 학원에 가서 일지도 꼬박꼬박 썼다”면서도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힘든 건 모르고 나는 오직 아내를 내가 간호해야 되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지난 19일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 발표한 ‘제27회 요양보호사 자격시험’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합격자 중 단연 나이가 가장 많았다.

최대식 할아버지는 “기분이 울컥했다. 집사람한테도 바로 연락을 했다”면서 “집에 다른 식구가 없고 우리 두 식구뿐이다. 6개월 전부터 집사람이 치매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뭘 깜빡하고 잊어버리고 엉뚱한 소리를 하더라. 집사람 증상이 더 심해지면 어떻게 하나 싶어서 이 시험에 도전하게 됐다”고 많은 나이에 요양 보호사에 도전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합격 소식을 듣고 집사람이 고맙다고 하더라. 겉으론 표현하지 않았어도 속으로는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을 잘 안다”고 덧붙였다.

할머니와 50년 넘게 결혼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고 전한 할아버지는 “직장생활 할 때 친구 소개로 처음 만났는데 며칠 사귀어 보니까 사람이 참 괜찮더라. 체격도 좋고 얼굴도 곱고. 무엇보다 마음씨가 고왔다”며 “그런 아내가 아픈 모습을 보니 많이 속상하고 그동안 고생시켜서 미안하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아내를 위해 봉사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식 할아버지는 아내를 향한 사랑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쑥스러워하면서도 “사랑한다. 앞으로 계속 편안하게 잘 살아가자”고 전했다.

그는 또 “치매 환자는 가급적이면 본인이 이해해줘야 한다. 일일이 맞대응하면 안 된다. 학원에서 배운 것도 그것”이라며 “치매는 순간적으로 잠깐잠깐 엉뚱한 소리를 하고 별의별 소리를 하지만 20~30분 정도 있으면 다시 돌아온다. 그러니까 조금만 참으면 된다”고 조언했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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