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데드라인 코앞인데…노사 ILO 비준 협상 ‘난항’

  • 뉴시스
  • 입력 2019년 4월 7일 0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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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협상 막판까지 난항…양측 입장 팽팽
경사노위 공익위원들 불발 대비 대책 회의
EU 말스트롬 통상 집행위원, 9일 기자회견
ILO 협약 비준 늦어지면 경제미칠 파장 우려

유럽연합(EU)이 우리나라에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해 가시적인 결과물을 내놓으라며 데드라인으로 정한 4월 9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노사 협상이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공익위원들은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 따로 회의를 갖기로 하는 등 경사노위가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다.

7일 경사노위에 따르면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노사관계 개선위)는 4월 초까지로 시한을 늦춰가면서 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를 두고 막판 협상을 진행중이지만 노사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사관계 개선위는 지난해 7월부터 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를 논의해 왔다.

1단계로 지난해 11월 해고자·실업자 노조 가입 허용, 공무원 노조 가입 확대 등 노동자 단결권 강화를 위한 노동관계법 개정 방향을 담은 공익위원 권고안을 발표했다.

2단계로 ILO 핵심협약과 직접 관련성은 없지만 경영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단체교섭과 쟁의행위 제도 개선 문제도 논의하고 있지만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경영계에서는 단결권만 대폭 강화할 경우 힘의 균형이 무너진다며 기업의 대응력 확보를 위해 노조의 사업장 점거 금지,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파업시 대체근로 인정, 부당노동행위제도 처벌조항 삭제 등 5개 사항을 요구하고 있다.

공익위원들은 이중 파업시 대체근로 인정과 부당노동행위 처벌조항 삭제는 ILO 기준과 헌법에도 부합하지 않아 사실상 협상의 여지가 없지만 노조의 사업장 점거 금지,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등은 부분적으로 논의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노총 이성경 사무총장, 한국경영자총협회 김용근 부회장, 고용노동부 임서정 차관이 지난 5일에도 만나 의견을 조율했지만 성과 없이 끝난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계 위원으로 노사관계 개선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노총 정문주 정책본부장은 “지난 5일에도 노사가 만나는 등 협상을 진행은 하고 있지만 진전은 없는 상태”라며 “협상이라는게 받을 수 있는게 있고 없는 게 있는데 (경영계가) 부당노동행위 폐지 같은 국제 기준에 전혀 맞지 않는 것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어 협상이 진도를 못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영계는 파업시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처벌조항 삭제를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본부장은 EU가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4월 9일까지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김민석 고용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국장)은 “아직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경사노위 공익위원들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따로 대책 회의를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박수근 위원장(한양대 법대 교수)이 밝힌 것처럼 노사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논의 결과’만 국회에 보내는 쪽으로 의견을 모을 가능성이 높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다음주 초에 노사관계 개선위 일정이 잡힐 수도 있다. 지금으로써는 미정인 상태”라며 “합의가 되든 안되든 의제별위원회에서는 한번 정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사가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국회도 논의를 시작하기 부담스러운 데다 시작한다 해도 정치적 합의를 이뤄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현재 다른 노동 현안들도 많은 상황에서 경사노위에서 노사 합의안 형태로 넘어오지 않는다면 국회에서 논의가 제대로 되겠느냐”라며 “논의를 시작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EU 말스트롬 유럽통상집행위원회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오는 9일 오후 5시 기자회견을 예고해 놓은 상황이다.

EU는 한국 정부가 ILO 협약 비준을 위해 노력하기로 약속한 한·EU 자유무역협정(FTA) 합의문을 근거로 우리 정부를 압박하며 공식 분쟁해결절차에 들어갔다.

오는 9일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지 않으면 다음 분쟁 해결 절차인 전문가 패널 소집 단계로 들어가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 EU와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분쟁으로 번져 노동기본권 후진국으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노사관계 개선위 공익위원인 이승욱 이화여대 법대 교수는 “관세 제재는 할 수 없지만 그 외에 굉장히 다양한 제재 옵션이 있다”며 “특히 EU가 5월 의회 선거를 앞두고 인권을 한·EU FTA 위반에 대한 한국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공약이 EU 전체에 퍼져있는데다 한국과 같은 내용으로 FTA를 체결한 일본에 선례를 보이기 위해서라도 우리 나라에 피해가 되는 행동을 할 가능성이 많다”고 우려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도 최근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우리가 핵심 협약을 비준하지 않으면 EU 의회와 집행위원회, 시민사회단체 등의 압박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또한 노동권 보호와 최소한의 국제 규범을 지키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EU 뿐만 아니라 다른 통상 상대국과의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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