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씨는 “민박이 많아 밤중에 아는 어르신들이 주무시는 바람에 화를 당할까 걱정돼 집집마다 다니며 문을 두드려 대피하라고 알렸다”며 “불길이 심해 내려오던 중에 한 축사는 문이 닫혀있던데 소들이 다 불에 타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석두골 안쪽에서 만난 해당 축사를 운영하는 정연걸씨(77)는 “자고 있는 와중 아는 동생이 ‘형님 불이 났어요!’라고 소리쳐 나와 보니 실버타운 뒤쪽 산을 따라 시뻘건 불길이 내려오고 있어 옷도 입는 둥 마는 둥 정신없이 도망쳤다”며 “다행히 대피했다가 돌아왔을 때 사료보관소는 완전히 탔지만 축사는 일부만 타 소들이 무사한 것을 보고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밝혔다.
정씨의 옆집에 사는 한 주민도 “연기가 얼마나 심한지 죽는 줄 알았다”며 “불로 수도관이 녹아내려 물도 나오지 않아 씻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에 있던 소방대원은 “축사 주변에 짚이 많아 언제 불씨를 품고 살아날지 모르기에 주변에서 잔불 제거와 감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회관에 모여있던 일부 주민들은 서로 산불 상황을 공유하며 “거기도 탔어?”, “나 참…” 등 낮은 탄식을 뱉어냈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주인이 사라진 한 주택 마당에 쌓여있던 소금자루는 불에 타 검게 변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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