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속초 산불서 ‘지옥 경험’ 주민들 “살아있음에 감사 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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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4월 5일 15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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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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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성에서 4일 오후 시작된 불이 속초까지 번지면서 인명·재산 피해가 속출한 가운데, 해당 지역 주민들은 밤새 번진 불길에 공포의 시간을 보냈다.

눈앞에서 화재를 목격한 고성·속초 지역 주민들은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당시 아찔했던 상황을 직접 전했다.

한 누리꾼은 “빨갛게 해가 뜨는 것 마냥 연기도 자욱하고 정말 무섭더라. 바람은 얼마나 불어대는지 휘청거릴 정도였다”며 “어젯 밤은 내 인생에서 가장 무서운 밤이었고, 다신 겪고 싶지 않다”며 위험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다른 누리꾼은 “불난리가 집 코앞까지 오다니. 통신망 끊겨서 어른들 다 통화도 안 되고 얼마나 맘 졸였는지…정말 너무 마음 아프다. 내 고향이 쑥대밭이 되어버렸다”며 공포에 떨었던 지난 밤을 떠올렸다.

속초 교동 주민이라는 한 누리꾼은 “정말 무서운 밤이었다. 정말 불바다였다. 불길 속에서 교통이 통제돼 피신하지 못하는 엄마를 벌벌 떨며 기다리다가 겨우겨우 걸어서 장사동을 빠져 나와 교동까지 왔다”며 “교동까지 무섭게 번지는 불에 다시 덜덜 떨었다. 다행히 우리집 주변은 소강상태다. 이제 좀 마음이 가라앉는다”며 안도감에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속초에서 식당을 운영 중이었다는 한 누리꾼은 “동네가 사라졌다. 눈물이 나고, 가슴이 답답하다. 누구를 탓하겠나”라며 화재로 인한 피해에 허탈감을 드러냈다.

이외에도 “이렇게 해뜨길 간절히 바랐던 적은 처음인 거 같다. 살아있음에 감사 또 감사”, “밤새 미친 듯 타오르던 화마가 새벽에 잦아들었다. 하지만 주위에 피해는 너무나 크다. 털썩 주저앉아 오열하는 아주머니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너무 안좋다” 등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한편 4일 오후 7시 17분께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일성콘도 부근에서 발생한 화재는 강풍을 타고 속초 시내까지 확산했다.

산림청은 5일 오전 8시 15분을 기해 고성산불의 주불 진화를 마무리하고 잔불 정리 중이라고 밝혔다.

고성·속초 일대 산불로 인한 인명 피해는 사망 1명, 주민대피 4234명으로 집계됐으며, 주택 125채, 창고 6채, 하우스 5동 및 250ha의 산림이 소실된 것으로 파악됐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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