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무료강의 듣고 대학생 꿈 이뤘죠”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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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치구-학원들 손잡고 지역 저소득층 학생 공부 지원

올해 대학 신입생이 된 A 씨는 고교 입학을 앞두고서야 수학학원에 등록했다. A 씨는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아 중학교 때까지 학원을 다닌 적이 없었다. 그런 A 씨가 늘 마음에 걸렸던 그의 아버지는 우연히 노원구 홈페이지에서 학원 수업을 무료로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발견했다.

노원구가 지역 학원연합회와 함께 진행하는 ‘노원 드림 희망스터디’다. 월 소득이 중위소득의 80% 이하인 가정의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자녀이면 학원비를 내지 않고 수강할 수 있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A 씨는 고교 3년 내내 꾸준히 학원에 다녔고 서울 유명 사립대학교에 합격할 수 있었다.

20일 노원구에 따르면 저소득층 대상 무료 학원 수강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 가운데 A 씨처럼 올해 대학에 들어간 사람은 8명. 지난해 이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은 고3 수강생 9명 중 1명을 제외하고 모두 대학에 들어간 것이다. 노원구 말고도 양천구 중랑구 등이 관내 학원연합회와 협력해 이런 지원 사업을 벌인다. 노원구 양천구처럼 학원이 밀집한 자치구일수록 활발하다.

이 프로그램이 주목을 받는 것은 정책 수요자의 마음을 헤아린 복지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A 씨 어머니는 20일 “보통 과목당 월 30만∼40만 원인 학원비는 우리 집 한 달 생활비라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저소득층이 겪는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공교육 강화를 얘기하지만 해당 학부모와 학생에게는 설득력이 별로 없다. 정부 방침과는 다르게 많은 학생들이 학원을 찾는다.

학교도 이런 현실을 인정한다. 노원구 일선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농담처럼 “궁금한 건 여기서 묻지 말고 은사(학원이 밀집한 중계동 은행사거리를 지칭)님에게 물어보라”고 할 정도다. B 씨는 “정부에서 학원 갈 필요 없다고 고집하기보다 자녀를 학원에 보내지 못해 안타까운 부모 마음을 알아줘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무료 학원 수강 프로그램이 좋다”고 말했다.

무료 수강 프로그램은 학원이 수강비를 받지 않는 방식이기 때문에 자치구가 예산을 별도로 쓰지 않는다. 세금을 들이지 않고도 만족도 높은 복지정책을 실행하는 셈이다.

학생들은 대학수학능력시험 과목을 배우는 학원뿐만 아니라 예체능 과목이나 만화같이 특수한 분야의 학원도 다닐 수 있다. 양천구 애니메이션학원에서 고2 때부터 무료 수업을 듣고 지난해 대학 만화창작과에 진학한 C 씨는 “학원비를 마련하려고 아르바이트하다 할머니가 무료 수강 프로그램을 알고 신청해 학원을 다녔다. 덕분에 목표로 한 진로를 선택했고 사회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됐다”며 “가정형편 때문에 진로 고민 자체가 어쩌면 사치인 청소년에게 필요한 제도이다”라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저소득층 학생#무료 학원 수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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