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나 문 여는 순간 천장 쪽에서 연기가 확~” 대구 사우나 화재의 긴박했던 순간

  • 뉴시스
  • 입력 2019년 2월 19일 16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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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 후 사우나 휴게실에 앉아 있는데 사장이 ‘불이야!’라고 외치며 문을 열었습니다. 그때 천장 쪽에서 연기가 확 들어왔습니다.”

대구 중구에 거주하는 이모(68)씨는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몇시간전을 생각하면 등에 식은 땀이 바짝 흐른다.

19일 오전 이씨는 평소처럼 포정동 대보상가 4층의 사우나를 찾았다. 사우나를 마치고 숨을 돌릴 무렵인 오전 7시 10께였다.

이씨는 “사우나 안에서 자고 있던 사람들, 목욕탕 안에 있던 사람들에게도 불이 났다고 알렸다”며 “불을 끄려고 시도했으나 연기 때문에 정신이 없어 소화기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연기로 인해 탈출에 어려움을 겪던 이씨는 물이 있는 탕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목욕탕 안까지 연기와 불길이 들어오자 젖은 수건으로 얼굴을 막고 1층으로 대피했다.

이씨는 “당시 옷을 입지 않고 있던 사람들이 선뜻 밖으로 나오지 못해 지금도 걱정된다”고 말했다.

대보상가 인근에서 상점을 운영 중인 서모(70)씨는 “아침에 가게에 나와 있는데 누군가 불이 났다고 외치는 소리가 났다”면서 “소리가 난 곳을 보니 아파트 주민 10명 정도가 수건으로 얼굴을 막은 채 창문 쪽에서 구조를 요청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서씨는 또 “계단을 이용해 건물 밖으로 나온 사람도 있었고, 옥상으로 탈출한 사람들도 보였다”며 “아파트 내 통로가 넓어 이동은 수월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불이 난 건물 위층 아파트 7층에 거주 중인 권모(27)씨는 “비상벨 소리와 불이 났다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 계단을 이용해 밖으로 나왔다”면서 “탈출 과정에서 연기를 마셔 머리가 아프다”고 말했다.
이날 대보상가 화재로 2명(60대 1명, 50대 1명)이 숨지고 7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부상자 중 3명은 중상을 입고 현재 경북대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나머지 부상자들은 대피 과정에서 연기를 흡입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사망자들은 화재 당시 옷을 입지 않고 있어 신원 파악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

불이 나자 소방당국은 소방차 등 장비 52대와 소방관 등 145명을 현장에 투입해 진화작업을 벌였다.

소방당국은 사우나가 있는 건물 4층 계단 배전반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불이 난 대보상가는 3층까지만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다.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는 정상적으로 작동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경찰과 소방당국은 건물 관계자와 목격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화재원인 등을 조사하고 있다.

【대구=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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