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강성명]부산컨트리클럽 이사장 선거 ‘시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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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명·부산경남취재본부
강성명·부산경남취재본부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부산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부산컨트리클럽(부산CC)이 시끄럽다.

회원 수 1060명, 평균 연령 73세. 1956년 세워진 부산CC는 회원들이 공동 소유한 독특한 골프장이다. 회원가가 2억6000만 원에 달해 지역에서 이른바 ‘능력 있는’ 사람들이 회원들이다. 회원들은 3년마다 자체 선거로 이사장을 뽑는다. 이달 24일이 그날이다. 이사장은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경쟁이 치열하다. 한 해 150억 원이 넘는 예산을 주무르는 데다 부산의 상류층을 대표한다는 상징성도 있어서다.

부산에서 화물운수회사를 운영하는 A 씨는 이번 선거에 도전했다. 그런데 A 씨가 지난달 설 명절을 앞두고 일부 회원들에게 선물을 돌린 게 화근이 됐다. 선물은 ‘인덕션 전자레인지’로 시중가가 5만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후보자로 정식 등록을 하기 전에 지인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명절 선물을 보냈을 뿐 선거와 관련 없다”고 말했다.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20∼27일이었는데 그전에 보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회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한 회원은 “누가 이 선물을 순수하게 보겠는가. 수백 명에게 선물을 돌렸다는 말이 나오는데 빨리 후보를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다른 회원은 “아무리 친목단체라지만 엄연히 선거 규정이 있는 만큼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이 선물을 돌리는데 화물공제조합 부산지부 직원이 동원됐다는 의혹이다.

직원 B 씨는 “답변하기 어려운 처지다. 누군가에게 제보를 받고 전화한 건 알지만 사실 여부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기자는 B 씨가 지난달 말 A 씨의 회사에 들러 선물 100개를 수령한 뒤 부산CC 회원들에게 배달한 사실이 있다는 내용의 ‘사실 확인서’를 입수했다. 거기엔 B 씨 서명도 있었다. 그는 “생계가 걸린 문제이니 이해해 달라”고 부탁했다. 제보에 따르면 A 씨는 화물공제조합 최고위 간부와 친분이 두텁다. B 씨가 부담을 느끼는 이유다.

화물공제조합은 전국 화물운수회사들이 차량 사고 발생 시 손해배상 등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만든 사단법인이다. 국토교통부의 관리감독도 받는다. 이에 대해 A 씨는 “화물공제조합 직원을 시켜 선물을 전달한 사실은 결코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선물 개수와 배달한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부산CC뿐만 아니라 국토부도 ‘선물’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 그래야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를 기대할 수 있다.
 
강성명·부산경남취재본부 smkang@donga.com
#부산컨트리클럽#부산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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