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권하는 사회’…47%가 미혼 “학업·직장·소득 때문”

  • 뉴스1
  • 입력 2019년 2월 14일 16시 30분


사회경제적 배경 대다수…수술 후 요양 치료 미흡

낙태죄 폐지 촉구 집회. 뉴스1 자료사진
낙태죄 폐지 촉구 집회. 뉴스1 자료사진
우리나라 인공임신중절(낙태) 경험자의 47%가 미혼인 것으로 드러났다. 낙태수술 당시 법률혼 관계에 있었던 이들은 10명 중 4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들이 낙태를 택한 주된 사유는 학업과 직장 등에 지장이 있을 것을 우려했거나 양육이 힘든 소득환경 등 주로 사회경제적 배경 때문이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14일 발표한 ‘2018년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에서 이러한 분석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2011년 이후 7년 만에 처음 이뤄진 정부 차원의 조사로, 보건복지부 주도 아래 연구용역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 15~44세 여성 응답자 총 1만명 가운데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한 비율은 7.6%(756명), 임신경험여성(3792명)의 19.9%에 달했다.

인공임신중절 당시 혼인상태는 미혼이 46.9%로 가장 많았으며, 그다음으로 법률혼(37.9%), 사실혼·동거(13.0%), 별거·이혼·사별(2.2%) 순이었다.

인공임신중절을 하게 된 이유로는 ‘학업·직장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 ‘경제상태상 양육이 힘들어서’(고용불안정, 저소득 등)가 각각 33.4%, 32.9%로 높았다.

반면 사회경제적 배경과는 상대적으로 거리가 있는 ‘자녀계획’(자녀를 원치 않아서, 터울 조절 등)도 31.2%로 높게 나타났다.

이 외에도 파트너가 아이를 원치 않아서(11.7%), 파트너와 관계가 불안정해서(17.8%) 등의 다양한 이유가 혼재했다. ‘파트너’라는 용어는 연구를 수행한 보사연에서 ‘연인, 배우자 등 성관계 상대’를 지칭하는 의미로 사용했다.

임신 사실을 파트너에게 공개한 비율은 95.0%다. 파트너의 반응은 ‘내 의사와 선택을 존중하겠다고 했다’ 43.0%, ‘아이를 낳자고 했다’ 34.0%, ‘인공임신중절을 하자고 했다’ 20.2% 등으로 나타났다.

파트너가 인공임신중절을 하자고 한 비율은 응답자 여성이 미혼일 때에 26.2%로 가장 높았다. 이어 사실혼·동거 19.8%, 법률혼·별거·이혼·사별이 13.5%를 기록했다.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한 이들이 관련 정보를 습득한 주된 경로는 ‘의료인’(의사·간호사 등)이 34.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온라인을 통한 불특정 대상’이 29.3%, ‘친구 및 지인’(선후배·직장동료 등)이 18.3%로 사적인 경로로도 낙태 정보를 수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임신중절 여성들은 수술 후 요양과 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인공임신중절 이후에 적절한 휴식을 취했다고 응답한 여성은 인공임신중절 경험 여성 중 47.7%에 불과했다.

또 인공임신중절 이후 8.5%가 자궁천공, 자궁유착증, 습관유산, 불임 등의 신체적 증상을 경험하였으나 그중 43.8%만 치료를 받았다.

죄책감, 우울감, 불안감, 자살충동 등의 정신적 증상을 경험한 비율도 54.6%에 달했으나 이 가운데 14.8%만 치료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후유증에 대한 인식도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치료를 받지 않은 이유로는 ‘치료받을 정도로 증상이 심각하지 않아서’(46.3%),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22.8%), ‘치료받으러 의료기관에 가는 것이 부끄럽고 창피해서’(12.8%) 순이었다.

인공임신중절 방법으로는 수술만 받은 여성이 90.2%(682명), 약물 사용자는 9.8%(74명)이었다. 약물사용자 74명 중 53명이 인공임신중절이 되지 않아 의료기관 등에서 추가로 수술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수술 시기는 대체로 임신초기(평균 임신주수 6.4주) 때였다. 임신주수가 4주 이하는 31.5%, 8주 이하는 84.0%, 12주 이하는 95.3% 수준이었다.

인공임신중절 비용은 30만~50만원이 가장 높은 비율(41.7%)을 차지했으며, 그다음으로는 50만~100만원(32.1%), 30만원 미만(9.9%) 순이었다.

이번 조사는 주제의 민감성을 고려해 온라인 설문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지난해 9월20일부터 10월30일까지 실시됐다. 표본오차 ±1.0%에 신뢰수준 95%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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