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해 기억 안나’는데 자수? 변호사 “앞뒤 안 맞아, 처벌 못 면할 것”

  • 동아닷컴
  • 입력 2019년 2월 11일 11시 15분


코멘트
사진=채널A/술 취해 기억 안나
사진=채널A/술 취해 기억 안나
60대 여성 택시기사를 폭행하고 달아난 혐의를 받는 가해자가 “술에 취해 기억이 안 난다”고 진술했다 하더라도 자수 정황 등을 볼 때 처벌을 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한 변호사는 지적했다.

양지열 법무법인 가율 변호사는 11일 YTN과 인터뷰에서 “(폭행을 당한 택시기사를 보면) 굉장히 무차별적인 폭행이 있었고, 뇌출혈 증상이 있는 정도라서 단순 폭행이라기보다는 거의 중상해에 가까운 상황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해자가 술에 취해) ‘기억이 안 난다’고 하고 있다”면서 “수사 상황이 알려지면서 주변의 권유로 자수를 한 것 같다. 본인이 기억이 안 나는데, 어떻게 가족들에게 알려서 자수를 하나. 이게 앞뒤가 안 맞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확하게 자기가 왜 그랬는지 동기라든가, 이런 부분까지는 기억이 안 난다는 얘기를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저렇게까지 엄청난 폭행을 한 사실 자체가 기억이 안 난다고 하는 것은 사실 법원에서도 받아들여지기가, 수사 단계에서도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양 변호사는 “처벌을 면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면서 “블랙박스 대화 내용이 있고, 그 대화 내용은 폭행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이어졌을 거다.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 부인할 수 있는 상황은 안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근에 법원의 판례 중에 ‘술에 취해서 했을 때 그걸 기억하지 못하는 것’과 ‘술에 취한 상황에서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잘 아는 것’은 별개로 구분해야 한다는 판례도 있다. 그러니까 ‘기억이 안 난다’라고 해서 그때 당시의 행동을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면서 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라며 “그런 판례를 법원이 정립을 하고 있기 때문에, 만취해서 기억이 안 난다라고 해서 이 상황을 모면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사진=채널A/술 취해 기억 안나
사진=채널A/술 취해 기억 안나

11일 경기 남양주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새벽 택시기사 A 씨(62·여)를 폭행한 뒤 달아났던 B 씨(40)가 같은 날 오후 경찰에 자수했다.

B 씨는 10일 오전 4시 30분께 남양주시 호평동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택시에 탑승해 1분도 지나지 않아 A 씨에게 다짜고짜 욕설을 퍼부었다.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B 씨는 “XX 아까부터 기다렸는데, 뭔 XX이야 XX”, “같이 죽을래?” “아 XX야. 앞까지만 부탁한다고 했잖아. 야 으악 돌아버리겠다고 지금” 등의 폭언을 했다. 이후 B 씨는 A 씨를 폭행한 뒤 도주했다.

폭행을 당한 A 씨는 B 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B 씨는 10일 오후 8시 45분경 자수했다. B 씨는 가족의 설득을 받고 자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B 씨는 경찰조사에서 “술에 취해 택시기사를 폭행한 사실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