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가 고비라고 하는데 조금이라도 빨리 구조가 됐다면 지금 보다는 상태가 나았을 거 아닌가요.”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사리현동의 한 주거용 비닐하우스 난 불로 현재까지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는 유모(21)씨의 어머니 김영희(48)씨는 소방당국의 초동 조치가 늦어진 것에 대해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유씨는 지난달 29일 친구 이모(21)씨가 사는 비닐하우스에서 저녁 늦게까지 놀다가 30일 오전 10시6분께 전기합선으로 추정되는 화재로 현재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당시 화재는 20여분 만에 진압됐지만 제때 탈출하지 못한 이씨는 현장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유씨는 처음 발견됐을 때 심정지 상태였고 소방당국은 본부에 사망자 2명이라고 보고하기도 했다.
화재가 진압된 뒤 이씨의 아버지는 딸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경찰의 제지를 뿌리치고 현장에 들어갔지만 이미 이씨는 숨진 상태였다. 반면 유씨가 옅은 숨을 쉬고 있는 것을 확인한 이씨는 경찰과 소방당국에 구조요청을 했지만 이미 사망자로 분류돼 구조작업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이씨 가족 측의 주장이다.
결국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현장에 방치됐던 유씨는 경찰의 과학수사대가 현장 감식을 하면서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의식이 없는데다 전신 70%에 4도 화상을 입은 유씨는 평생 다리를 쓰지 못하는 후유증은 물론, 더 심각한 상황도 우려되고 있다.
김씨는 “화재현장에서 빠른 초동조치가 중요하다는 건 일반 상식 아니냐”면서 “화재현장에 도착해 40분이 넘도록 아이들을 구해달라고 눈물을 흘리며 하소연 했지만 누구 하나 나서지 않았다”고 오열했다.
특히 김씨는 “누가 멋대로 우리 아이를 죽었다고 판단하고 유독가스가 가득한 현장에서 1시간 넘도록 물에 젖은 상태로 방치한 것을 책임지겠느냐”며 “사경을 헤매고 있는 것도 안타까운데 아이가 일어나더라도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게 됐다는 생각에 눈물만 흐른다”고 하소연했다.
일산병원 응급의학과 박원녕 교수도 “유씨가 처음에 심장이 뛰고 숨을 쉬고 있었는데 확인을 못한 건지 정확한 상황은 파악할 수 없지만 1시간 넘게 유독가스 속 화재현장에 방치됐다면 화상에 대한 기본 조치도 못했을 것”이라며 “특히 화상환자는 피부의 탄력성이 떨어지고 피하조직이 부어 의복을 입은 상태였다면 호흡에도 큰 문제가 생겨 신체조직에 산소공급에도 큰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시스 취재 결과 당시 소방당국은 사망자로 분류할 수 있는 의식, 호흡, 맥박, 동공반사, 심전도 확인을 해야 하는데 현장이나 시신이 훼손될 것을 우려해 유씨의 동공반사나 심전도를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일산소방서 관계자는 “이미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유씨는 전신에 심한 화상과 가연물이 녹아 머리 쪽으로 모두 흘러져 내린 상태였다”며 “범죄 의심 등으로 경찰의 출동 전에 시신 훼손을 해서는 안된다는 기본 매뉴얼에 따라 동공반사 등을 확인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명을 다루는 직업으로서 최선을 다한다고 했던 소방관들도 죄책감에 누구 하나 마음 편하게 지내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을 대비해 기본 매뉴얼도 조금은 손을 봐야 하는 필요성도 느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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