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에만 최소한 경영참여”…반쪽짜리 절충안 나온 이유는

  • 뉴시스
  • 입력 2019년 2월 1일 15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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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대한항공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대해서만 사상 첫 경영참여 주주권을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행사키로 했다.

조양호 회장 일가의 일탈행위가 주주가치를 훼손했더라도 단기매매차익 반환 등 기금 수익성을 고려해 절충점을 찾은 결과로 풀이된다.

1일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2019년 제2차 회의를 열고 한진칼에 대해서만 최소한의 경영참여 주주권행사로써 정관변경 주주제안을 하기로 의결했다. 대한항공에 대해선 향후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에서 중점관리기업으로 지정하는 등 경영참여에 해당하지 않는 주주권 행사를 논의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한진家 일탈행위는 주주가치를 훼손했는가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수탁자책임 원칙) 행사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주가치를 훼손했는지가 핵심이다. 삼성물산 합병 사태 이후 주주가치와 기금의 장기 수익성 제고를 위해 지난해 7월말 도입된 제도이기 때문이다.

당초 이번 안건은 “대한항공·한진칼 관련 대주주의 주주가치 훼손 행위에 대한 경영상 책임 문제에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조치할 것을 요구하는 노동·시민사회계 여론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는 이유에서 제안됐다.

기금위 위원들은 대한항공과 한진칼이 주주권 행사 검토 대상이란 점에선 이견이 적었다. 두 회사의 경영진인 조 회장 일가의 일탈행위가 주주가치를 훼손했다는 점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기금위는 회의 직후 낸 보도자료에서 “다수 의견은 ‘경영진 일가의 일탈행위로 주주가치가 훼손됐다는 것에 공감’하고 ‘최소한의 상징적 경영참여 주주권을 행사함으로써 오너 리스크를 해소하고 주주가치를 제고 할 필요가 있다’였다”고 명시했다.

◇국민연금 경영참여도 ‘10% 룰’ 적용 대상인가

‘10% 룰’에서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희비가 엇갈렸다.

자본시장법상 이른바 ‘10% 룰’은 10% 이상 기업 지분을 가진 투자자가 보유 지분을 단순투자 목적에서 경영참여로 바꿀 때 6개월 이내에 발생한 해당 기업 주식의 매매차익을 반환토록 한 규정이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 11.56%를 가진 2대 주주이지만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대해선 3대 주주로서 7.34%를 보유하고 있다. 10% 룰을 적용한다면 경영참여 시 대한항공 주식으로 얻은 차익을 반환해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금융위원회 유권 해석은 국민연금이라고 해서 10% 룰 적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예외를 요청했으나 최근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결국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에서도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 반대 의견의 주요 논리였던 단기매매차익 반환 부담이 기금위에서도 받아들여진 것이다. 기금위는 “국민연금의 한진칼 지분보유 비율이 10%미만이므로 경영참여 주주권을 행사하더라도 단기매매차익이 발생하지 않아 국민연금 수익성 측면에서 부담이 적다”고 했다.

◇“기금委는 사회적 합의기구”…찬반속 나온 ‘절충안’

이날 기금위에선 주주권 행사 범위를 놓고 입장이 갈렸다. 안건 제안 때부터 ‘조 회장 일가의 경영진 해임 등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기본권 침해라는 일탈행위는 개인의 문제이지 기업 전체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의견이 맞서왔다.

기금위에 따르면 일부 위원들은 “경영참여 주주권행사는 기업 경영권·자율권 침해 우려가 있어 신중하게 행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를 반대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진칼에 대한 경영참여 주주권마저 ‘정관변경 주주제안’이라는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뤄진 건 일종의 ‘절충안’이다. 기금위는 특정 안건을 출석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지만 그동안엔 ‘표결 없는 합의’가 불문율처럼 받아들여져 왔다.

결국 찬반 양측에서 한 걸음씩 물러서면서 한진칼과 대한항공 중 한진칼에 대해서만 경영참여 주주권을 하되, 상징적인 차원에서 행사키로 한 것이다.

한 기금위 위원은 “위원들 간에 ‘표결을 해서 끝까지 가지는 말자’는 부분에는 서로 공감대가 있었다”며 “스튜어드십 코드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어떤 난관이 있어도 기금위가 사회적 합의기구인 만큼 절충점을 찾으면서 최초 선례인 만큼 기업들에 ‘시그널(신호)’은 분명히 하자는 수준에서 오늘 같은 결론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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