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나눠먹던 경로당서 방화라니”…완도 어촌마을 적막

  • 뉴스1
  • 입력 2019년 1월 27일 16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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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발생한 방화 추정 경로당 화재로 주민 2명 숨져

지난 25일 발생한 경로당 화재로 2명이 숨진 전남 완도의 한 섬마을. 27일 오후 이곳 선착장이 적막에 휩싸여 있다…2019.1.27/뉴스1 © News1
지난 25일 발생한 경로당 화재로 2명이 숨진 전남 완도의 한 섬마을. 27일 오후 이곳 선착장이 적막에 휩싸여 있다…2019.1.27/뉴스1 © News1
방화로 추정되는 경로당 화재로 마을주민 2명이 숨진 전남 완도의 한 어촌마을. 사고 이틀째인 27일 오후 이곳은 적막에 휩싸여 있었다.

14가구, 20여명이 살고 있는 이 마을 대부분의 집 대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마을의 주업인 전복양식이나 낙지잡이에 나서는 주민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어렵사리 만난 마을 주민들도 지난 25일 발생한 경로당 화재와 관련해 대체적으로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한 주민은 “같이 밥 먹고 쉬던 경로당에서 불이 나 어르신들이 숨지는 이런 충격적인 일이 벌어질 줄은 생각도 못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또 다른 주민은 “작은 마을이라 제사 때면 준비한 음식들을 경로당에 가져다드리곤 했다”면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특히 경찰 조사 과정에서 화재의 원인이 방화로 추정되면서 주민들의 “할말이 없다”고 피하거나 ‘묻지 말라’는 식의 말을 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숨진 A씨(83)가 경로당에서 할머니들과 잘 어울렸던 것으로 기억했다.

마을 초입에서 만난 한 주민은 “A할아버지가 할머니들과 잘 어울리셨다고 기억하는데 평소에 할머니들을 괴롭혔다는 소문은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A씨가 숨진 B씨(85·여) 등을 괴롭혀왔다는 이야기도 사건이 일어난 후에야 알게 됐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일이라 피해 할머니들이 자식들에게도 말도 못하고 속으로만 분을 삭이고 있지 않았겠느냐”며 “그런 일이 있고도 경로당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 왔다는 사실도 의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가 B씨를 밀쳐 B씨가 다쳤다던데 그 일로 B씨가 가족에게 평소 A씨에게 당했던 일을 털어놓았다는 이야기를 장례식장에서 들었다”고 전했다.

A씨, B씨 등과 경로당에 함께 있다가 다행히 화를 면한 2명의 할머니 중 1명은 점심식사 후 약을 먹기 위해 집으로 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5일 낮 12시58분쯤 완도군의 한 경로당에서 화재가 발생, 2명이 숨지고 20여분만에 진화됐다.

화재 발생 당시 B씨가 숨졌고, 전신에 3도 화상을 입은 A씨는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사건 발생 16시간 만인 26일 오전 5시쯤 숨졌다.

또 화재로 인해 연면적 34.29㎡(약 10.37평) 규모의 조립식 건물(경량철골구조)인 경로당의 9.9㎡(약 3평)가 불에 타 소방서 추산 600여만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방화로 인해 경로당에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화재가 처음 시작한 곳이 B씨가 숨진 방으로 보이고, 방에서 유류가 든 1.5리터짜리 페트병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또 경로당이 건축된 지 5년도 채 안 된 건물인 점을 감안하면 전기적 요인 등에 의한 화재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경찰과 소방당국은 보고 있다.

이와 함께 B씨의 가족이 A씨를 경찰에 신고한 점 등도 방화와 연관이 돼 있는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B씨의 가족은 A씨가 B씨를 자주 괴롭힌다는 이유 등으로 지난 23일 A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28일쯤 숨진 A씨와 B씨에 대한 검시와 사건현장에 대한 정밀감식을 진행할 계획이다.

(완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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