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간 소식 끊겼던 엄마와 딸, 문경서 극적인 상봉

  • 뉴시스
  • 입력 2018년 12월 15일 21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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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년간 소식이 끊겼던 가족들이 경북 문경시 공무원의 노력 끝에 마침내 상봉했다.

15일 시에 따르면 권정희(64·여)씨는 20살이 되던 1974년 미국 남성과 결혼하면서 문경을 떠나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로부터 몇년 후 고향에 계신 부모에게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지만 모두 반송됐다.

부모·형제가 부산·경남 등으로 주소지를 옮기면서 편지가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권씨는 최근 지인 문경선(여)씨에게 “가족을 찾기 위해 딸과 함께 한국을 방문하겠다”고 알렸다.

문씨는 지난 1일 문경시를 방문해 이 같은 사실을 전하며 도움을 청했다.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손병대 문경시 종합민원과 계장이 “내가 찾아보겠다”며 선뜻 나섰다.

손 계장은 10여년 전에도 유사한 가족 상봉을 주선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투병생활 중 4살과 6살 어린 남매를 남겨놓고 숨진 한 여성의 친정어머니(90)가 “손자들과 소식이 끊긴지 30년 됐다. 죽기 전에 꼭 외손자를 보고 싶다”며 찾아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딱한 사정을 외면할 수 없었던 손 계장은 2개월에 걸친 탐문과 발품으로 마침내 경남에서 손자를 찾아냈다.

손 계장은 과거에 이러한 경험이 있던터라 이번에도 발벗고 나섰지만 권씨의 가족을 찾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문씨가 건네 준 단서라고는 1974년 권씨가 미국으로 이민갈 무렵 알고 있던 남동생·쌍둥이 여동생의 이름과 옛 주소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특히, 알려준 주소도 ‘문경군 봉평읍 봉평리’로 문경지역에는 없는 지명이었다.

손 계장은 안동권씨 종친회와 마을 이장 등에게 수소문하던 중 공평2리 이장이 “권씨는 내 친구가 확실하다”며 권씨의 남동생 연락처를 알려줬다.

손 계장은 경남 김해에 살고 있던 권씨 남동생에게 미국에 거주하는 누나가 가족을 찾기 위해 한국을 방문할 예정임을 알렸다.

손 계장의 이 같은 노력 끝에 권씨는 마침내 지난 3일 헤어진지 44년 만에 문경시청 민원실에서 어머니와 남동생, 쌍둥이 여동생을 만나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3년 전 작고한 아버지 묘소도 둘러봤다. 며칠 동안 가족들과 함께 지내며 혈육의 정을 듬뿍 느낀 후 지난 8일 미국으로 돌아갔다.

권씨는 “사실상 가족찾기를 포기했는데 둘째 딸(40)이 ‘무조건 한국으로 건너가자. 1주일만 찾아보자’라고 해서 입국했다”며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 데 모든 가족을 만날 수 있어 꿈만 같다”고 손 계장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손 계장은 “40여년 만에 상봉이라서 그런지 처음에는 서먹한 분위기였는데 조금 시간이 지나자 서로 손도 잡고 껴안으며 눈물을 많이 흘리는 모습에 가슴이 먹먹했다”며 “이제부터라도 이들 가족이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가족애를 듬뿍 누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경=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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