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위해…이민가고 싶다” 중장년층은 투자이민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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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1월 24일 0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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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 공감…누구나 한번쯤 벗어나고 싶어하지 않나”
“한국경제 어려워서…입시경쟁 심해서…환경나빠서…”

지난 17일 오후 서울의 한 이민알선업체에서 개최한 이민세미나에서 참가자들이 발표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2018/11/17. © News1
지난 17일 오후 서울의 한 이민알선업체에서 개최한 이민세미나에서 참가자들이 발표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2018/11/17. © News1
“최근 눈에 띄게 상담받으러 오는 분들이 늘었어요. 이전보다 확실히 이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을 느낍니다”.

지난 17일 서울의 한 행사장에서 열린 한 이민알선업체의 세미나에서 해당 업체의 상담 직원은 이같이 말했다.

이날 해당 업체가 주관한 설명회는 나름대로 성황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30명이 넘는 사람들이 각자 메모를 하면서 발표자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대부분 중장년층이었지만 30대로 보이는 젊은층도 간간히 보였다.

◇중장년층, 미국 투자이민 관심…“손주는 미국인이었으면”

참석자들의 관심은 미국 이민이 좀 더 높았다. 미국은 현재 크게 5단계(EB-1~EB-5)로 이민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저명한 교수나 연구자, 다국적 기업의 중역(이상 EB-1), 과학·예술·의학·경영 등의 전문가(EB-2)라면 비교적 쉽게 영주권을 받아 미국에 살 수 있다. 미국 회사가 자신을 고용하는 경우(EB-3)나 성직자 등 종교관련 종사자(EB-4)도 이민을 할 수 있다.

특히 참가자들은 주로 마지막 단계인 투자이민(EB-5)에 관심을 보였다. 이민 코스 중 학력, 영어구사 가능 여부와 상관없이 자금만 있으면 되는 방법이다. 투자자들이 최소 50만달러 이상 투자를 해 미국 내 일자리를 10개 이상 창출하면 영주권을 받게 된다.

서울 내곡동에서 온 김모씨(56)는 “젊어서 돈을 좀 모아둔 것이 있다”며 “한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어려워지는 것 같아 미국에서 살아갈 방법이 있나 알아보려 왔다”고 말했다.

서울 동부이촌동에 사는 윤모씨(60)는 “가족과 함께 이민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설명회에 왔다”며 “아들이 대학도 졸업하고 결혼할 나이가 됐는데 이왕이면 손주는 미국 사람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이후 진행된 캐나다 이민 설명회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지켜봤다. 특히 캐나다의 경우 비교적 젊은 연령대의 사람들도 주의깊게 듣는 모습이었다.

캐나다도 미국처럼 각 분야의 전문가를 우대하거나 투자이민(퀘백 주)을 받지만, 미국과 달리 ‘유학 후 영주권 획득’ 제도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캐나다 내 대학을 졸업하면 3년짜리 취업비자가 나오는데 이 기간 중 1년 이상 일 한 것을 증명하면 영주권을 받을 수 있다.

◇“누구나 한국 벗어나는 꿈 꾸지 않나요?”

실제 한국 국적을 포기하는 사람은 올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1~10월 우리나라 국적상실자는 2만3791명으로 지난해 전체 1만9354명 대비 22.9% 증가했다. 올해 국적상실자는 지난 10년 동안 밀려있던 국적상실자 행정 처리를 한꺼번에 집중한 2016년(3만5257명)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치다.

국적상실자는 외국 국적을 자진 취득해 자동으로 우리나라 국적이 없어진 사람, 즉 이민자들을 말한다. 처음부터 외국에서 태어나 복수국적을 갖고 있다가 한국국적을 포기하는 ‘국적이탈자’와는 다른 개념이다.

한국에 남아있는 사람들 역시 이민을 꿈꾼다. 지난해 말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성인 37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헬조선’이라는 말에 대해 62.7%가 ‘공감한다’고 답했다. 이들 중 77%는 ‘이민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가족과 함께 이민 세미나를 방문한 최모씨(40)는 “향후 자녀들은 현지 학교를 보내면서 나도 일자리가 있는지 알아보러 왔다”며 “가족력이 폐가 안좋은건데 요즘 미세먼지 등 환경이 너무 나빠 캐나다 이민을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록 영어가 유창하지 못해 두렵지만 누구나 한번쯤 한국을 벗어나고 싶어하지 않나”며 “특히 내가 겪었던 입시 등 한국사회의 무한 경쟁을 자녀들도 경험하게 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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