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윤 감독은 “애니메이션 영화 감독이 되려면 제작 능력은 기본이다. 거기에다 대중 예술가로서의 자기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DB
“그림으로 잘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어떤 이야기를 전달할지에 대해 더 고민해야 합니다.”
애니메이션 영화 ‘언더독(Underdog)’의 감독 오성윤 씨와 인기 웹툰 ‘신도림’의 작가 오세형 씨가 이 분야의 지망생들에게 주는 공통된 조언이다. 이들은 25∼27일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에서 열리는 ‘대학만화애니메이션최강전’에 참석한다. 대회 총감독인 목원대 김병수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는 “이번 대회는 이 분야 기업의 채용 설명회와 전공 학생들과의 면담 등을 추진해 실질적인 취업 기회가 되도록 꾸몄다”고 말했다.
오세형 작가는 “좋은 웹툰을 연재하기 전에 많은 영화를 보고 독서를 하며 자료를 찾는다. 사전 준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세형 작가 제공오 감독은 12월 개봉할 언더독의 일부(1∼3분 분량 영상 9개)를 26일 오후 4시 미리 보여주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신도림’으로 지난해 대한민국만화대상 우수상을 받은 오 작가는 ‘열렙전사’의 김세훈, ‘링크보이’의 두엽과 함께 27일 오후 2시 ‘네이버 웹툰 작가들과의 만남’ 행사를 갖는다. 오 감독과 오 작가가 이 행사에서 전해줄 이야기의 일부를 미리 들어봤다.
오 감독은 언더독의 내용과 첨단 제작기법을 들려달라는 외국 영화제의 주문이 쇄도해 연일 출장 중이었다. 언더독은 인간에게 버려진 유기견들이 진정한 자유를 찾아 떠나는 모험의 여정을 그렸다.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관객 220만 명을 끌어 모은 뒤 6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다.
오 감독은 ‘어떤 사람이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느냐’는 물음에 “나는 서양화를 전공했다. 기본적으로 그림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고 영화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 때 연극 서클에서 활동하면서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하지만 그 정도로 일반영화 감독이 되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림으로 영화를 하는 방법을 택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애니메이션 감독은 공동체에 필요한 담론을 만들고 재생산해야 하며 미래의 가치를 위해 고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중문화의 생산자라는 자각과 사회에 대한 철학을 갖춰야 한다”며 “언더독은 상대적 약자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 감독은 “언더독은 처음으로 직접 시나리오까지 쓴 작품이다. 감독은 직접 시나리오를 쓰지 않더라도 이야기에 대한 장악력이 있어야 한다. 앞으로의 경쟁력은 이야기, 즉 콘텐츠가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0년 동안 3개의 작품을 펴내고 네 번째 작품을 연재 중인 오 작가는 “요즘 웹툰 작가들은 대부분 손기술이 뛰어나 그림을 잘 그린다. 과거와는 달리 어릴 때부터 좋은 웹툰이나 화법에 대한 정보를 많이 접하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관건은 이야기다. 거기에서 차이가 난다”고 진단했다. 직업 전망에 대해서는 “10년 전보다는 시장이 분명히 좋아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밖에서 보는 것처럼 아주 밝지만은 않다. 영화 같은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지 않다”고 말했다. 오 작가는 “웹툰 지망생들은 자신이 연재를 시작하면 곧바로 인기 작가가 될 것이라는 환상을 갖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습관처럼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서는 좋은 작품을 낼 수 없다. 고민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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