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제가 피해자 담당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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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0월 19일 14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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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임상조교수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임상조교수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해자의 담당의였다고 밝힌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임상조교수는 19일 피의자가 우울증을 앓았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우울증에 걸린 건 그의 책임이 아닐 수 있지만 우울증은 그에게 칼을 쥐여주지 않았다"라며 분노했다.

'의사 작가'로 유명한 남궁 씨는 19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14일 발생한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남궁 씨는 "이제 입을 연다"라며 "피해자가 이송된 것으로 알려진 병원의 그 시각 담당의가 나였고, 그 뒤에 남겨진 나의 주관적인 생각을"이라며 장문의 글을 남겼다.

남궁 씨는 "일요일 아침 팔과 머리를 다친 20대 남자가 온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침대가 모자를 정도로 키가 크고 체격이 좋았다"라며 "상처가 너무 많았다. 복부와 흉부에는 한개도 없었고 모든 상처는 목과 얼굴 칼을 막기 위했던 손에 있었다"라고 했다.

이어 "피범벅을 닦아내자 얼굴에만 칼자국이 30개 정도 보였다. 대부분 정면이 아닌 측면이나 후방에 있었다. 개수를 전부 세는 것은 의미가 없었고, 나중에 모두 32개였다고 들었다"라며 상처에 대해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남궁 씨는 "미친 XX라 생각했다. 경찰이 말다툼이 있어서 손님이 아르바이트생을 찌른 것이라고 알려 줬다. 둘은 이전에는 서로 알지 못했을 것이다. 진짜 미친, 경악스럽고 혼란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순간 세상이 두려웠다. 모든 의료진이 그 사실을 듣자마자 욕설을 뱉었다"라고 전했다.

남궁 씨에 따르면 피해자는 처음부터 의식이 없었고 손과 발을 무의식적으로만 움직일 수 있었다고 한다. 남궁 씨는 "참담한 죽음이었다"라며 "얼굴과 손의 출혈만으로 젊은 사람이 죽었다. 그러려면 정말 많은, 의도적이고 악독한 자상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많은 자상을 어떻게 낸단 말인가"라고 말했다.

남궁 씨는 "피의자가 우울증에 걸렸던 것은 그의 책임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우울증은 그에게 칼을 쥐여주지 않았다. 되려 심신 미약에 대한 논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울로 고통받는 수많은 사람들을 잠재적 살인마로 만드는 꼴이다. 오히려 나는, 일요일 아침 안면 없던 PC방 아르바이트 생의 얼굴을 32번 찌를 수 있던 사람의 정신과적 병력이 전혀 없다고 한다면 더 놀랄 것이다. 그것은 분노스러울 정도로 별개의 일이다. 다시 말하지만, 우울증은 그에게 칼을 쥐어주지 않았다. 그것은 그 개인의 손이 집어 든 것이다. 오히려 이 사건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고작 심신미약자의 처벌 강화를 촉구하는 것이라는 게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나는 고인의 생전 모습을 언급해서 고인과 유족에게 누가 되려는 마음은 전혀 없다. 나는 나름대로 참담했지만, 잠깐 만난 환자와 생전에 그를 알던 사람들의 슬픔을 비견할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의 슬픔을 생각하면 나는 당장이라도 주저앉아 통곡하고 싶다. 다만 나는 억측으로 돌아다니는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언급함으로써 이 사건의 엄중한 처벌과 진상 조사가 이루어지고, 사회적으로 재발을 방지되기를 누구보다도 강력히 바란다"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A 씨는 14일 오전 8시10분쯤 강서구 내발산동의 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하던 B 씨(20)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PC방 테이블 정리가 잘 되지 않았다' 등의 이유로 B 씨와 실랑이를 벌이다가 PC방을 나갔다. 이후 흉기를 갖고 돌아와 수차례 B 씨에게 휘둘렀다. B 씨는 병원에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평소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소정 동아닷컴 기자 toy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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