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산동서 대형 싱크홀 발생… 아파트옆 오피스텔 공사 영향 추정
주민들 “열흘전 민원, 구청서 묵살”… 서울시-금천구, 긴급 안전점검
31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아파트 인근 도로에 대형 싱크홀이 생기면서 주차된 차량들이 아슬아슬하게 싱크홀 끝에 걸려 있다. 이 사고로 대피한 아파트 주민 200여 명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구로소방서 제공
31일 오전 4시 38분경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아파트 앞 도로에 대형 싱크홀이 생기면서 주민 200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 주민들은 “열흘 전에 이미 지반 침하가 우려된다는 민원을 냈는데도 금천구에서 아무 조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소방당국과 금천구에 따르면 이 아파트와 건너편 오피스텔 신축 공사장 사이의 도로에 가로 30m, 세로 10m, 깊이 6m의 사각형 싱크홀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아파트 앞에 주차돼 있던 승용차 4대의 앞바퀴가 싱크홀 쪽으로 빠져 견인됐다. 아파트 화단은 싱크홀 쪽으로 무너졌고 가로수와 가로등은 넘어졌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5시 44분경부터 싱크홀과 가장 가까운 아파트 동 주민들을 긴급 대피시켰다. 싱크홀은 76가구(176명)가 거주하는 이 동에서 불과 10m가량 떨어져 있다.
10층에 거주하는 김금례 씨(74)는 “도로를 내려다보면서 내 눈을 의심했다. 대피 방송에 깜짝 놀라 손가방 하나만 달랑 들고 내려왔다”고 말했다. 주민 김풍자 씨(76)는 “‘쾅’ 하고 도로가 무너지는 소리가 계속 귓전에 들리는 것 같다”고 했다.
이 아파트에서 20m가량 떨어진 오피스텔 신축 공사장에서는 지면에서 15m 아래까지 터파기 작업이 진행된 상태다. 조사단 확인 결과 공사장 외벽을 받치던 철제빔이 싱크홀 쪽으로 기울었고, 토사가 일부 유실됐다. 현장 안전 진단을 실시한 이수권 동양미래대 건축학과 교수는 “오피스텔 지하 터파기 공사를 위한 흙막이가 무너지면서 주변 도로가 침하했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는 정밀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오피스텔 공사중지를 명령했다.
앞서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8월 21일 금천구에 ‘공사장 쪽 주차장에 지반 갈라짐 현상이 발견됐다’며 민원을 제출했지만 금천구는 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금천구는 “민원이 8월 30일 퇴근시간쯤 담당 부서에 전달됐다”고 해명했다.
서울시와 금천구는 아파트 건물 변형이 생기는지를 살펴본 뒤 재입주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아파트가 5도가량 기울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이수권 교수는 “5도가 기울면 아파트 꼭대기는 4m가량 기울어야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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