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가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신축 기숙사의 수용 인원 규모를 감축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경북대 단과대 학생회로 구성된 제51대 중앙운영위원회는 29일 정형진 생활관장에게 민간투자사업(BTL) 방식으로 짓는 기숙사의 수용 인원을 축소 없이 원안대로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24일 후기 학위수여식이 열린 대강당 앞에서 기숙사 인원 감축 반대를 주장하고 김상동 총장에게 철회를 요구했다.
경북대는 지난해 7월부터 교내에 면적 8511m² 터에 임대형 방식의 2차 BTL 생활관을 짓고 있다. 지상 14층, 지하 1층, 연면적 2만2388m² 규모다. 총 608실에 학생 1209명을 수용한다. 내년 7월 완공 예정이다.
공사는 올해 4월 대학 인근 원룸 건물주 등으로 구성된 기숙사건립반대대책위원회가 현장에 집회를 열면서 제동이 걸렸다. 이들이 차량 진입을 막아 3개월가량 공사를 못했다.
반대 대책위는 “원룸 건물주들이 대부분 60∼70대 노년층으로 자취생들의 월세를 받아 생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숙사가 생기면 생계유지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경북대는 21일 반대 대책위와 협의해 2차 BTL 기숙사 100명, 기존 기숙사 232명을 포함해 모두 332명의 기숙사 수용 인원을 감축키로 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철저히 배제됐다는 것이다. 올 4월 협상 때 학생들이 참석하려고 시도했지만 반대 대책위가 막아서 무산됐다. 대학 측은 최종 합의가 이뤄진 후에 학생들에게 사실을 알렸다.
더구나 대구 북구갑 정태옥 국회의원이 중재 명목으로 협의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을 키웠다. 학생들은 정 의원이 표밭 관리를 위해 학생의 주거권과 학습권을 침해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재학생 2만2000여 명인 경북대의 기숙사 수용 인원은 4100여 명, 수용률은 18% 수준이다. 합의안대로 기숙사를 지어도 수용률은 22% 정도. 교육부의 권고 기준 25%에 미치지 못한다.
중앙운영위는 기숙사 원안 추진을 위한 학생들의 서명을 받고 있다. 교육부에 민원도 제기했다. 조영광 중앙운영위 부의장은 “학내 문제를 학생을 제외하고 결정하는 것은 잘못이다. 대학은 2차 BTL 기숙사를 원안대로 추진하고 3차 사업에도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북대 관계자는 “공사 중단에 따른 피해를 학생들이 입는다는 판단에 따라 절충안을 마련했다. 학생들에게 알리지 않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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