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닥터헬기’ 7년만에 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4일 03시 00분


7호 응급헬기 아주대병원 연말 배치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이 이끄는 중증외상 전담팀이 연말부터 국내 최초로 ‘언제 어디든’ 출동하는 응급의료 전용헬기, 일명 ‘닥터헬기’를 도입한다. 2011년 1월 석해균 삼호주얼리호 선장을 살린 이 교수의 호소로 닥터헬기 제도가 생긴 지 7년 만이다.

보건복지부는 7호 닥터헬기를 이르면 연말부터 아주대병원에 배치한다고 3일 밝혔다. 닥터헬기는 2011년 9월 섬 지역과의 접근성 등을 고려해 가천대 길병원과 목포한국병원에 각 1대씩 배치한 뒤 2016년까지 총 6대가 권역외상센터에 배정됐지만 정작 아주대병원은 제외됐다. 이 교수는 24시간 출동할 수 있는 닥터헬기를 요구했지만 복지부는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고, 야간 유도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주간에만 닥터헬기를 띄운다는 원칙을 고수해 왔다.

이 때문에 아주대병원은 2011년 3월 이후 지금까지 연간 250여 명의 중증외상 환자를 실어 나를 때마다 경기도 재난안전본부 소속 소방헬기를 이용했다. 소방헬기가 병원 앞 공터나 옥상 헬기장에 내려 의료진을 태우는 데에만 평균 18분이 걸렸다. 소방헬기 안에서 환자를 살리기 위해 흉부를 열고 손으로 심장을 마사지하거나 비싼 혈압약을 쓰면 그 비용을 의료진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의료기관 밖’에서 의료행위를 하면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어서다. 닥터헬기가 아닌 소방헬기는 의료기관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 도입하는 닥터헬기엔 이 교수의 요구가 대부분 반영됐다. 기상이 아주 나쁘거나 정비가 필요해 인근 공군 제10전투비행장에 세워둘 때를 빼곤 병원 옥상에 항시 대기하다가 주·야간 구분 없이 5분 안에 출동할 수 있다. 복지부는 닥터헬기 야간 운행을 아주대병원에서 시범적으로 해본 뒤 다른 병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구조대원이 병원에서 대기하다가 의료진과 함께 출동하는 체계도 소방 당국과의 협조로 처음 선보인다.

이 교수는 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선진국이 부럽지 않은 닥터헬기의 모범 사례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며 헬기 유치를 반겼다. 다만 그는 “좋은 장비도 헬기 내에서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의료진을 확보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인 만큼 앞으로 좋은 의료진 확보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이국종 닥터헬기#7호 응급헬기#아주대병원#연말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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