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파작업 과정서 대피 안 시켰나…정선 철광산 매몰사고 人災 무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7일 17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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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강원 정선군 한덕철광 신예미광업소에서 발생한 사고로 매몰됐다가 약 4시간 반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마지막 광원을 119구급대원들이 구급차에 싣고 있다. 생환을 기다리던 가족과 동료들은 오열했다. 정선군 제공
26일 강원 정선군 한덕철광 신예미광업소에서 발생한 사고로 매몰됐다가 약 4시간 반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마지막 광원을 119구급대원들이 구급차에 싣고 있다. 생환을 기다리던 가족과 동료들은 오열했다. 정선군 제공
광원 3명의 목숨을 앗아간 강원 정선군 한덕철광 신예미광업소 매몰사고는 안전조치 미비 등으로 인해 발생한 인재(人災)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광원들이 수직갱도 상부에서 별도의 발파작업이 진행되는 사실을 모른 채 작업을 하다 상부의 발파 충격으로 암석이 쏟아지면서 매몰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매몰 사고 현장에 있다 중상을 입은 A 씨(55)는 “수직갱도 550m 지점에서 장약을 설치하는 등 발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꽝’하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돌덩이가 쏟아져 동료들이 피할 틈도 없이 매몰됐다”고 27일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 동부광산안전사무소에 따르면 수직갱도 525m 지점에서 지름 2.5~3m 크기의 환기용 갱도를 뚫기 위한 굴진 발파작업이 있었다. 발파작업이 진행된 25m 아래 하부 갱도에서는 A 씨 등 6명이 수평 갱도 확장을 위한 발파작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A 씨의 진술 등을 근거로 보면 25m 떨어진 상부와 하부 갱도에서 발파작업이 이뤄지고 있었지만 서로가 그 사실을 모른 채 작업을 하다가 변을 당한 셈이다.

동부광산안전사무소 관계자는 “현장 감식과 생존자 조사가 완료돼야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할 수 있겠지만 정황상 발파 사실을 모른 채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매몰 사고로 부상당한 광원들의 건강상태가 회복되는 대로 당시 상황을 조사하고 광업소 직원들을 소환해 안전 조치 미비 등의 과실이 있었는지 추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광업소 관계자들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앞서 26일 오후 3시 56분경 신예미광업소에서 발파작업 도중 갱도가 무너져 진모 씨(65) 등 3명이 숨지고, 이모 씨(54) 등 3명이 부상을 입었다.

정선=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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