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똥은 어디로 갈까’ 아이들 눈빛 반짝

서울하수도과학관 체험관 인기
오염된 물 정화과정 보여주고 세계의 하수도 역사도 한눈에
홈페이지 예약하면 무료 참가

23일 서울 성동구 서울하수도과학관을 찾은 어린이집 아이들이 로마시대 공중화장실에 대해 배우고 있다.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면 전문강사에게 설명을 듣고, 각종 만들기도 해볼 수 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옛날 로마시대 화장실이에요. 여기에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볼일을 봤을까요?”

23일 서울 성동구 용답동 서울하수도과학관 어린이체험관을 찾은 어린이집 원생들 눈빛이 반짝였다. 역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는 똥이다. 앞다퉈 손을 들고 앞으로 나온 두 어린이는 로마시대 공중화장실을 재연한 세트 위에 앉는 시늉을 했다. 두 아이는 서로 슬쩍 마주 보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사이에 칸막이가 없었던 것이다. 강사가 “예전에 볼일을 보는데 이렇게 옆 사람이 보였으면 어땠을까”라고 묻자 “너무 창피했을 것 같다”며 키득거렸다. “앉아 있는 변기 아래에 물이 흐르는 관이 있어 용변을 흘려보냈다”는 강사의 설명을 들으며 아이들은 다음 체험실로 이동했다.

○ 과학으로 생활 호기심 풀어내자 ‘환호’

지난해 9월 개관한 서울하수도과학관은 국내 최초의 하수도 테마 과학관이다. 1976년 한국 최초의 하수처리장이던 청계천하수처리장 터에 지었다. 오염된 물이 어떻게 정화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날 아이들이 견학한 프로그램은 ‘내 똥은 어디로 갈까’. 6∼9세에게 가장 인기 있다. 하수처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생물을 클레이(장난감용 찰흙)로 만들어 보고, 퍼즐을 맞춰 관련 지식을 알게 된다. 이윤재 학예연구사는 “어린이들에게는 물이 순환하는 과정을 보여줘서 물을 아껴 쓰는 생활습관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과학관 옆에는 서울 10개 자치구에서 배출되는 오수를 정화하는 중랑물재생센터도 있다. 여기서는 정화의 각 단계에서 어떻게 물이 침전되고 정화되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처음 모인 오수가 마지막 단계를 거칠 때까지 약 10시간이 걸린다.

윤문경 중랑물재생센터 관리과장은 “하수처리장을 기피 시설로만 생각하는데 소(小)수력발전을 할 뿐만 아니라 태양광 발전, 슬러지(하수처리 또는 정수 과정에서 생긴 침전물) 연료화, 메탄가스 판매를 통해 미래 자원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 세계의 하수처리 역사가 한눈에

하수도과학관에서는 서울과 세계 주요 도시의 하수처리 역사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다.

유럽에서는 1880년대 하수도관이 본격 도입되고 하수처리장이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그 전까지는 유럽에서도 길가에 생활오수를 내버리는 일이 다반사였다.

서울에서 1900년대 초반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배수로 영상도 하수도과학관에서 볼 수 있다. 2012년 대대적인 하수도정비사업을 진행하던 시가 서울광장, 덕수궁, 남대문로, 태평로 근처에서 발굴했다. 이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서울은 1960년대를 기점으로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하수처리장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졌다. 1976년 청계천하수처리장이 생기면서 수질관리에 들어갔다. 현재는 중랑 탄천 서남 난지의 4개 재생센터에서 전 지역을 관리하고 있다.

하수도과학관 관람은 무료다. 매주 화∼일요일 시간대별로 전시 해설프로그램이 마련돼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전시실을 돌아볼 수 있다. ‘나만의 미생물 배지 만들기’ ‘재이용수 자동차 만들기’ ‘나만의 잠수부 만들기’ 같은 어린이나 청소년이 직접 만들어 보는 체험 수업도 있다.

관람 예약은 홈페이지(sssmuseum.org)에서 가능하다. 지하철 5호선 장안평역 8번 출구에서 걸어갈 수 있다. 셔틀버스는 오전 8시 50분부터 오후 5시 50분까지 3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월요일 휴관.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