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주요 기관들 채용비리 ‘봇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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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행-북구청 등 公私 구분없어
항만공사 용역기관 압수수색 등… 경찰수사 진행중인 곳도 상당수
“처벌 규정 강화해 엄단해야” 여론

부산지역 주요 기관들이 채용 비리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공공·민간영역 구분 없이 곪았던 비리가 봇물 터지듯 터지면서 수사 당국도 바빠지고 있다.

부산지검 특별수사부(부장검사 김도균)는 2일 부산은행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업무방해)로 BNK저축은행 강모 대표이사(59)를 구속했다. BNK금융지주 박모 사장(56)도 같은 혐의로 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돼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강 대표는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 2015년 부산은행 인사담당 임원으로 채용 과정을 총괄했고 박 사장은 당시 부행장으로 최종면접관 중 한 명이었다.

강 대표는 전직 부산은행장의 외손녀와 전직 국회의원의 딸 A 씨 등 2명을 부당하게 채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사장은 A 씨를 채용하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다. 검찰은 두 사람이 면접 점수를 임의적으로 높게 주는 방법으로 채용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부산은행 직원은 “그동안 직원들 사이에서 소문으로 떠돌던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 참담하다. 많은 스펙을 쌓고 열심히 공부해 입사한 직원들은 부글부글 끓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부산과학기술기획평가원 민모 원장과 직원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사건을 최근 검찰에 넘겼다. 이들은 2015년 7명이 지원한 경영지원실장 공개 채용 과정에서 사전에 내정된 특정 직원을 채용하는 데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신입 직원을 채용하면서 특정 지원자를 선발하기 위해 재공고 절차 없이 1차 서류 전형 합격자 수를 12명에서 14명으로 늘린 혐의도 받고 있다.

해양수산부 산하 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 전직 이사장 2명은 57명을 비공개로 부정 채용한 혐의로 최근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곳도 있다. 부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부산항만공사(BPA)의 용역기관인 부산항시설관리센터를 지난달 압수수색해 2014년 이후 채용 관련 서류 등을 압수수색했다. BPA 고위 인사의 친인척과 지인 등이 부정 채용된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센터는 국제여객터미널, 국제크루즈터미널, 연안여객터미널 등을 BPA에서 위탁받아 관리하고 있다. 전직 센터 직원은 “눈치 보느라 말을 못 꺼냈을 뿐 내부적으로 소문이 많이 난 일”이라며 “더 이상 성실한 직원의 의욕을 꺾는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시 출자기관인 벡스코도 2014년 채용된 계약직 직원 2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나 경찰이 인사담당자 등을 소환 조사 중이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도 계약직 채용 과정에서 부당하게 규정을 바꾼 정황이 포착돼 수사를 받고 있다. 부산 북구도 황재관 구청장이 자신의 친인척과 친구 아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선상에 올랐다.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부정한 방법으로 채용된 사람은 자신에게 혜택을 준 사람의 부정을 묵인하거나 동조할 수밖에 없어 조직에 피해를 주게 마련이다”며 “처벌 규정을 강화해 부정 채용을 엄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채용비리#부산#압수수색#경찰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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